지난해 1~11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새마을금고 총대출 12조원 가까이 급감
저축은행도 10년 만에 첫 감소세 전환
높은 저축성 수신금리에 조달 여건 악화
지난해 7월 9일 서울 소재 MG새마을금고 영업점의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민 대출이 얼어붙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2금융권이 부실 관리를 위해 대출 취급을 축소하면서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여신은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감소했고 저축은행 대출도 지난 2011년 영업정지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새마을금고 대출, 역대 최대폭 ‘급감’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총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89조7331억원으로 지난 2022년 12월 말(201조6475억원)보다 5.9%(11조9144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지속된 대출 감소세가 12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라 연간 감소폭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새마을금고 대출은 지난 1993년 10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대출이 감소한 건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6848억원), 1999년(-8322억원), 2000년(-874억원) 등 3년뿐이다. 특히 지난 2021년에 연간 증가폭이 33조822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이어 2022년에도 24조5043억원 늘어난 상황이라 지난해 감소세 전환이 더 두드러졌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가계와 기업 대출을 동시에 축소한 데 기인한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은 5조9000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대출 감소액 중 나머지 6조원가량은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이었다는 뜻이다.
한 지역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새마을금고 대출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로 대환대출도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도 2011년 영업정지 이후 처음으로 ‘감소’
지난해 4월 2일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연합뉴스.
저축은행 대출도 감소세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총대출 잔액은 106조2555억원으로 지난 2022년 12월 말(115조283억원)보다 7.6%(8조7728억원)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저축은행 사태 직후인 지난 2011년(-14조5082억원), 2012년(-17조9614억원), 2013년(-3조1829억원) 이후 첫 감소세 전환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1~11월 가계대출 감소액이 4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 감소세를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 이전에 이미 기업대출에 포함되는 부동산 담보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취급을 늘린 상태였다"며 "기존 대출 중 만기가 도래한 대출은 상환됐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대출 취급이 줄어 전체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고금리로 유치한 자금을 이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난해에 재예치하지 않으면서 대출 잔액이 함께 감소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등은 통상 예수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주로 대출채권으로 운용한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자산 증가세가 지난 2022년 이후 가파르게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부실 채권의 증가, 높은 저축성 수신 금리에 따른 예수금 조달 여건 악화 등으로 자산 확대가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저축은행이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부실 채권 관리 등으로 기업대출을 크게 줄였다고 언급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