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제도적 실효성 갖추려면 보험업 관련 종사자 가중처벌 조항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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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설계사들의 보험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설계사 가중처벌 조항이 삭제된 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통과됐다.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진단코드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 사문서 위조 행각을 벌이거나, 지인 명의를 도용해 병원 영수증을 위·변조 후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설계사 보험사기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알맹이가 빠진 채 특별법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보험업 관련 종사자가 보험사기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는 법무부 등의 반대의견이 있었던 조항(가중처벌, 보험금 반환, 명단공개 등)은 삭제된 채 △보험사기 알선·권유 금지 △금융위 자료제공 요청권 △입원적정성 심사 기준 마련 △고의사고 피해자 보험료 할증 등 피해사실 고지 △보험사기 징역·벌금형 병과 가능 조항 등 5개 법안만 통과됐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 알선·권유 금지 조항이 통과되며 보험사기 알선·유인·권유·광고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근거와 관련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설계사들의 범행을 막을 근거가 부재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가 보험 관련 종사자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가 보험 관련 종사자는 일반인에 비해 보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 악용 시 보험사기 규모 등 피해액이 크고, 보험사기 적발을 피해갈 수 있도록 지능화된 상태"라며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가중처벌 없이 제도적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손해보험 설계사 A씨(63세)는 본인 언니의 보험금 수령을 위해 진단명을 보험상품의 보장범위에 따라 임의로 수정해 보험금을 청구 및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언니 B씨는 여러 보험사에 덴탈보험을 중복 가입한 후 지난 2021년 3월 강원도 소재 치과에서 인공치아식립술(통칭 임플란트)을 받았다. A씨는 이후 각사의 상품이 보상하는 상해·질병에 따라 임의로 B씨의 상해·질병코드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등 진료기록지를 조작해 청구한 혐의를 받았다. 한 보험사에서는 질병보장을 받기 위해 만성치주염(질병진단)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고, 다른 보험사에서는 상해보장을 받기 위해 치근파절(상해진단)로 청구하는 식이었다. 현재 A씨는 검찰 송치 후 기소 예정이다.
생명보험 설계사 C씨(50세)는 지인 명의를 도용, 병원 영수증을 위·변조해 보험금 3억4400만원을 편취했다. C씨는 영수증 위·변조 후 보험금을 허위 청구해 지인들이 지급된 보험금을 본인의 계좌로 이체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인들에게는 보험금 허위 청구 내용을 숨긴 채, 세금 문제로 인해 월급이 지인 계좌로 입금됐다며 C씨 본인의 월급 통장으로 지인 계좌를 사용하는 것처럼 기망하는 식이었다.
이후 지인 중 한 명이 자신의 보험계약에서 청구하지 않은 내역이 확인된 것을 보험사에 문의했고, 보험사는 해당 사실을 인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C씨는 현재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직업별 보험사기 적발현황'에 따르면 모집종사자(보험업)분야에서 적발된 보험사기 인원은 2022년 1598명으로 전년(1178명) 대비 35.7% 증가했다. 전체 적발인원 증가세(5.2%)보다 7배 가량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모집인이 주동하는 보험사기 범죄의 경우 소비자가 연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범죄보다 훨씬 위험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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