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소가스 첫 사형 25일 집행
"비인간적" 국제기구·인권단체 반발
바티칸 산하 가톨릭 자선단체인 산테지디오의 사형제 전문가인 마리오 마라치티가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앨라배마주 사법당국에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에 대한 질소가스 사형 집행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질소 가스를 이용한 첫 사형 집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기구와 인권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사법당국은 25일(현지시각)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58)에게 질소 가스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다. 질소 가스 사형은 사형수에게 안면 마스크를 씌운 뒤 질소 가스를 주입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하는 방식이다.
스미스는 1988년 돈을 받고 목사의 아내를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앨라배마주는 2022년 11월 그에게 독극물 주사로 사형을 집행하려 했지만, 주사를 놓을 정맥 부위를 찾지 못해 실패했다.
새로운 방식의 사형 집행을 앞두고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바티칸 산하 가톨릭 자선단체인 산테지디오는 23일(현지시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소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하며,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유럽 기업과 관광객에게 '앨라배마 보이콧'을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라배마주가 예정대로 질소 가스 사형을 집행할 경우 유럽 차원에서 앨라배마 보이콧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산테지디오의 사형제 전문가인 마리오 마라치티는 "독일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 벤츠가 앨라배마에 공장을 두고 있고, 많은 유럽인이 골프를 목적으로 미국 남부 지역을 방문한다"라며 "앨라배마에 대한 유럽의 무역과 투자 규모가 연간 수억 달러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에도 보이콧이 효과가 없을 것 같았지만 결국 흑인을 차별하는 '아라파트헤이트' 체제를 종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모리스 티볼빈즈 등 유엔인권특별보고관 4명은 최근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은 아주 고통스럽고 굴욕스러운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고문과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의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엔 인권 사무소는 질소 가스 사형은 대형동물을 안락사할 때도 쓰지 않는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라면서, 고문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