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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개선에도 지속되는 내수 부진...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2%대 초반’ 전망”

2024년 GDP 성장률 ‘2% 초반’ 전망
반도체 중심 수출 증가세 ‘관건’
고금리·고물가에 내수 부진 유지될 듯
지정학 리스크 발생 시 1%대 하락 가능성도

수출 개선에도 지속되는 내수 부진...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2%대 초반’ 전망”
25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3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 성장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작년 연간 성장률은 1.4%를 기록했다. 한은과 정부의 예상치(1.4%)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정보기술(IT)경기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점차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성장률이 2%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고물가로 민간소비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고금리 충격이 이어지며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문제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가운데 지정학 리스크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반도체 중심 수출 상승에도 민간소비 위축 심화

경제성장률 전망경로
(%, 전년동기대비)
구분 GDP 성장률
2022년 상반기 3.0
2022년 하반기 2.3
2023년 상반기 0.9
2023년 하반기 1.8
2024년 상반기 2.2
2024년 하반기 2.0
2025년 2.3
(한국은행)

25일 한국은행의 ‘2023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문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이다. 순수출 기여도는 0.8%p을 기록해 3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는 지난 2022년 2·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2023년 2·4분기(1.4%포인트)부터 상승전환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주춤한 가운데 순수출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좌우할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4·4분기 민간소비 기여도는 전분기와 같은 0.1%p에 그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달 20일까지 통관 기준 반도체 증가율이 높았다”며 “올해도 반도체 등 IT경기 개선이 수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소비의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보복소비 수요로 크게 늘었던 민간소비는 지난해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4분기의 경우 0.2% 상승했으나 재회소비는 줄어들고 거주자의 국외 소비지출이 늘어난 결과였다. 해외 소비는 연관 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지만 국내 생산 측면에서는 영향이 제한된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의 최근 흐름을 보면 지속해서 저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1·4분기에도 지난해 4·4분기 흐름대로 내수 부진이 주요한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GDP 성장률 ‘2.1%’...“지정학 리스크 발생시 1%대로↓”
수출 개선에도 지속되는 내수 부진...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2%대 초반’ 전망”
관세청은 지난 1~2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333억 달러, 수입은 18.2% 줄어든 359억 달러로 집계되는 등 새해 들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중이라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한은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2024년 경제전망’의 상반기, 하반기 성장 예측과 현재 전망에 큰 차이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은은 올해 반기별 GDP 성장률로 상반기 2.2%, 하반기 2.0%를 제시하고 연간으로는 2.1%를 예측했다.

이에 올해 국내 경제는 세계 주요국 대비 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2.7% 상승할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변수다.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도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차 파급효과가 확대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로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한은의 우려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자재 가격을 반등시킬 경우 물가상승률 전망도 2.8%로 상회해 고금리 기조를 지지하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 기후 변화 등 국내외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한국이 저성장 기조에 돌입했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신 국장은 “2.0%대인 국내 잠재성장률을 두고 연구기관에서 1%대 혹은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을 완화하거나 올리려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이에 맞춰 경제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