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공항에서 억류됐던 한국인이 소지한 다이어리와 같은 종류의 다이어리 속 지도.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 세관에서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다이어리에 부착된 세계지도에 대만이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돼 있다는 것이 이유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편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A(72)씨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지도 때문에 세관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세관원들은 A씨의 다이어리에 부탁돼 있던 지도를 문제 삼았다. 이 다이어리에 부착된 ‘세계전도’에 대만이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돼 있다는 것이었다.
가로 30㎝, 세로 20㎝ 크기의 해당 지도에는 대만이 굵은 글씨체로 ‘타이완’으로 표기돼 있고, 제1 도시 타이베이는 붉은색 글씨로 표시됐다.
세관원들은 “타이완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별개의 국가인 것처럼, 타이베이는 다른 국가들의 수도와 동일하게 표기했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세관원들은 또 “지도상에 시짱(西藏·티베트) 일대 국경 표시도 모호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사해야겠다”며 사무실로 A씨를 데려가더니 억류했다고 한다.
A씨는 “다이어리에 지도가 부착된 줄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세관원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A씨가 거세게 항의하고 선양 교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는 등 조치를 취하자 세관원들은 한 시간여만에 A씨를 풀어줬다.
세관원들은 A씨를 풀어주기 전 다이어리에서 해당 지도를 뜯어낸 뒤 물품 보관증을 써주며 “귀국할 때 찾아가라”고 했다.
A씨는 “30년가량 중국을 오가며 사업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문제가 된다면 해당 물품만 압류하면 되지 붙잡아둬야 하느냐”라며 “나는 중국어를 할 수 있으니 항의라도 했지만, 처음 중국 땅을 밟는 외국인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고 두렵겠느냐”고 비판했다.
대만을 수복해야 할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식할 수 있게 제작된 지도의 유통이나 통관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를 문제 삼아 입국 외국인을 억류까지 시킨 건 이례적이고 과도한 조치다.
이와 관련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경위를 파악 중이며, 정씨에 대한 세관 당국의 조치가 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입국 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지도를 휴대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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