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열렸던 25일
국회의장-대통령비서실장·정책실장 만찬
李 정책실장 때 공식예방 후 불과 한 달만
金의장 'K-실리콘밸리' 구상 정책 반영 건의
尹정부 ODA 대폭 증액 맞물려 적극 제안
정치현안 서로 언급 없었다지만
김건희 특검·중대재해법 물밑협의 가능성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과 면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23.12.22/뉴스1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이 25일 국회 본회의 직후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다만 민감한 정치현안은 거론치 않고 주로 외교정책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는 전언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 등 여야가 대립하는 쟁점 현안들이 즐비한 가운데 만난 것이라 주목된다.
이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비서실장과 성 실장은 전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김 의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때 마련한 자리로,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새로 인선된 만큼 김 의장과 상견례 성격이었다는 게 대통령실측 설명이다.
다만 이 실장은 지난 달 정책실장 재직 당시 김 의장을 공식 예방해 면담한 적이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신임 정책실장과 함께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이다. 이들은 회동에서 민감한 의제보다는, 주로 외교분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말 이뤄진 부산엑스포 유치 등을 위한 자신의 순방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나라에 필요한 외교 전략으로 해외 기술 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의장이 정책에 반영했으면 하는 부분들을 언급했다”며 “G7(주요 7개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며 ODA(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해 해외 기술 인력을 훈련시켜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체적으로 북아프리카에 가셨을 때 현지의 우리 기업들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ODA를 하면서 외국 인력들을 국내로 데려와서 교육시켜 도입하자고 했다”며 “G7으로 도약하려면 이런 해외인력들을 수용해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것을 형성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경기 남부 통합 국제공항 특별법과 첨단연구산업단지 특별법을 발의하며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 수원시에 이른바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을 주장해 왔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여러 국가들의 첨단 기술분야 관련 인재들이 모여들며 글로벌 첨단기술의 메카가 됐는데, 이를 벤치마킹 해 해외 인력들을 적극 유치해 국내에 산단을 발전시키자는 구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ODA 예산을 전년 대비 40% 늘려 6조원대로 편성한 만큼 김 의장이 직접 대통령실에 한국형 실리콘밸리 구상을 건의한 것이다.
다만 전날 본회의에서 처리 여부에 주목이 쏠렸지만 불발된 김건희 여사 특검이나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등 민감한 쟁점 현안에 대해선 서로 언급치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 의장이 김건희 여사 특검 재표결이나 중대재해법 유예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권한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날 만찬 회동을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기본적인 대응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특검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재표결이 미뤄지고 있고, 중대재해법은 윤 대통령이 어려운 영세 사업장의 상황을 감안해 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 사안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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