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와 혼인식고 했었던 A씨가 청구한 헌법소원 기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혼인무효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 첨부’를 규정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8)와 한 때 혼인신고를 했던 A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을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지난 25일 기각 결정했다.
손정우와 2019년 4월 혼인신고를 한 뒤 같은 해 11월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까지 끝냈다.
그러나 A씨가 혼인관계증명서(상세)를 발급받아 보니, 당초 신고했던 혼인 부분에 선이 그어진 상태로 정정사유 등이 표시돼 있었다. 쉽게 말해 왜 혼인신고가 무효가 됐는지 담겨 있다는 의미다.
이 증명서는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폐쇄, 재작성 등에 관한 규정인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에는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형사판결문 또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 결정문 등)을 첨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신분관계의 이력 노출로 인한 부당한 피해 방지와 진정한 신분관계의 등록·관리·증명을 통해 국가행정 기초자료를 제공하려는 가족관계등록제도의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며 “혼인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게 됐다고 해서 그에 관한 기록을 보존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혼인무효 판결을 받아 등록부를 정정하는 경우 이를 보존하고 재작성을 제한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또 △등록부의 기록사항에 대해 목적 외 이용이나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는 점을 고려하면,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는 점 △청구인 개인정보를 새로 수집·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이 정보가 법령에 따른 교부 청구 등이 없는 한 공개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이 입는 불이익이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가족관계의 변동에 관한 진실성을 담보하는 공익은 훨씬 중대하므로 법익균형성이 인정되는 점 등도 기각의 근거로 제시했다.
헌재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혼인무효로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과 관련해 헌재에서 처음 판단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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