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금융감독원이 2월부터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금감원은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에 맞춰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으면 제2금융권과 일대 일 면담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충당금을 확대해 손실 흡수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PF 대출 부실로 금융 시장으로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한 다음 전국 PF사업장 3000여곳을 본격적으로 정리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5일 저축은행, 캐피탈, 상호금융업계 임원을 불러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 결산 시 예상 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쌓고 본 PF로 전환된 사업장 중에서도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경우 과거 경험 손실률 등을 감안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또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이 사실상 PF 대출 성격인 만큼 PF 대출 수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F 대출 충당금 적립률은 정상(2%), 요주의(10%), 고정(30%), 회수의문(75%), 추정손실(100%) 등 연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그동안 이자 유예, 만기 연장 등은 PF 대출에서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했지만 고정 이하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내달부터 진행되는 지난해 말 기준 결산 검사에서도 검사국 차원에서 PF 부실을 대비한 충당금 적립 '적정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담보가치 등 사업성 평가를 엄격히해서 선적적으로 충담금 적립을 강화하는 한편 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만기 연장을 통해 부실을 이연시키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PF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상당수 사업장은 금융사의 손실 인식 우려나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등으로 멈춰서면서 사업성이 부족해 경·공매가 진행 중인 PF 사업장은 지난 9월 말 120곳으로, 전체 PF 사업장 3천여곳 대비 4% 수준에 그쳤다. 그 사이 전체 금융권의 PF 연체율은 지난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이 같은 기간 2.05%에서 5.56%로 뛰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의 만기 연장 비율은 브릿지론은 70%, 본 PF는 50% 정도로 부동산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향후 부실 발생 규모는 예상 밖으로 매우 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PF 시장은 착공 이전 단계에서 시행사가 토지매입을 위해 조달하는 자금인 브릿지론과 사업 인허가와 시공사 선정이 이뤄진 이후 브릿지론 상환과 건축비용 조달을 위한 본 PF라는 이중 대출구조로 이뤄진다. 브릿지론은 주로 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빌려 쓰는 것으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촉발한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조만간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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