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업률이 3%대 아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대 6번째 최저치인 1.4%로 집계되는 등 불경기가 현실화했음에도 오히려 실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기업들이 인력난에 대비해 취업자 수를 유지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실업률은 2.6%로 집계됐다. 전분기와 동일한 수치로 실업자 분류기준이 구직기간 1주에서 4주로 변경된 199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4·4분기 실업률도 2.9%로 3%를 하회하며 지난해 연간 실업률은 2.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이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1.4%로 집계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인 결과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전년(2.6%) 대비 크게 둔화하며 1956년(0.6%) 이후 6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실업률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음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오쿤의 법칙'이 제시하는 수준보다 1.2%p 낮았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에는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정책 등으로 실업률이 소폭 상승에 그치며 오쿤의 법칙과 큰 차이가 났으나 성장세가 둔화된 2022년 이후에도 실제 실업률이 오쿤의 법칙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것이다.
한은은 이례적 고용호조를 기업들이 인력난에 대한 우려로 기존 근로자의 해고를 줄이면서 노동력을 비축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인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가 상승, 기업들이 빈 일자리를 채우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고용조정에 신중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들은 고용조정 대신 근로시간을 조정하며 경기변화에 대응 중이다.
상용근로자가 소정의 근로시간 이외 시간에 실제로 근로한 시간은 지난 2018년 월 9.5시간에서 지난해 상반기 7.9시간까지 줄었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비축 현상이 커졌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실업률이 큰 폭 하락한 것은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노동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하지만, 인력난을 우려한 기업의 노동비축 행태도 낮은 실업률이 유지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지면서 성장률과 실업률 간 괴리는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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