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與비대위원장 취임 한달
용산과의 갈등 조기봉합 이어 '총선 공천' 고차 방정식 대기
정부출신·영입인사 등 얽혀.. 명품백 논란 다시 불거질수도
취임 한달을 맞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당정 갈등을 빠르게 봉합한데 이어 총선 공천이라는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주 취임 이래 가장 격동의 한 주를 보내며 정치적 1차 고비를 넘긴 한 위원장 앞에 다시 총선 공천이라는 '고차 방정식'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으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하고, 총선 공천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지난 21일 사천 논란을 명분으로 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도 한 위원장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공식 일정을 취소하기 보다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갈등은 예상보다 빠르게 봉합됐다.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 이틀 만인 지난 23일 충난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불편한 내색을 보이지 않았고, 전용열차까지 함께 타고 상경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말하며 갈등 봉합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과 갈등의 표면적 이유는 사천 논란이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맞상대로 언급하면서 서울 마포을 유력 후보로 힘을 실어주며 공정한 공천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거침없는 언사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여사가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 위원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논란에 대해 다소 다른 입장을 보여준 지 이틀 만에 사퇴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 한다. 이에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간 갈등의 여진이 있는 상황에서 향후 본격적인 공천과정에서 양측간 대립이 재차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여사 명품 가방 논란이 총선정국에서 핫이슈로 급부상할 경우 '갈등 2라운드'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공천 문제는 대통령실 참모, 정부 차출 인사, 친윤계와 비주류, 영입 인사 등 각종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최대 난제로 꼽힌다.
일단 한 위원장은 각종 정치개혁안과 선거 공약 등으로 꾸준히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중 정치개혁 시리즈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성을 확고히 하면서 한 위원장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한 배경이다. 그동안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국회의원 금고형 이상 선고시 재판기간 중 세비 반납 △자당 귀책 사유로 열리는 재보궐 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을 제안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3일 전략공천의 기준을 내놨다.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 3회 연속 패배한 지역을 우선추천(전략공천) 대상 지역으로 정했다. 한 위원장이 출마를 공개 지지한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천 계양을은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략공천 기준을 놓고 당 안팎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한 위원장을 겨냥해 "공천이 다 된 것처럼 얘기해선 안 된다"고 언급한 데다 공천에 있어 여전히 친윤계의 영향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어서다.
공천과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한 위원장의 소구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에게 와닿는 의제를 던지고 이를 실천해 집권여당 수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곧 당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동훈식' 버전의 정치개혁안 주도 여부를 비롯해 불가피한 공천잡음의 최소화, 김건희 여사 이슈에 대한 당정간 타협 여부 및 국민 눈높이 대응 방안의 재설정, 중도층 외연확장 여부 등이 한동훈 비대위 리더십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를 결정할 주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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