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슈퍼스타' 장사장님의 제안으로 블라디보스톡을 함께 걸으며 뚜벅이 시내투어를 했다. 아르바트거리 전경. 사진=김태원(tan)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름답게 쏟아지던 별, 안전했던 블라디보스톡의 밤 블라디보스톡은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인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작이자 종착역이 있는 도시이다. 모스크바의 거리이름을 딴 아르바트 거리는 낮에는 버스커들이 공연을 하고 밤에는 수많은 반짝이는 조명이 별처럼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는 블라디보스톡의 유명한 명소이다. 늦게까지 걸어다녀도 매우 안전한 곳이었다.
우리가 차의 세관 통과를 기다리며 머물 숙소인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는 이곳에 있었는데 터널같은 골목을 지나 안쪽이라서 시끄럽지 않았다. 근처 마트며 공원, 관공서등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최적의 위치라고 할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톡의 첫번째 숙소인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 공용공간. 사진=김태원(tan)
인테리어도 감각적으로 멋있고 주방 및 공용공간도 잘 갖추어져 있다. 도미토리형 방은 좁지만 이케아 침대, 에어컨, 그리고 침대마다 등과 콘센트가 있을 정도로 손님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세심하게 신경 쓴 좋은 숙소였다. 우리 방은 6인용 도미토리였지만 다른 손님이 없어서 둘이 방을 독차지해 쓸 수 있었다.
한참 블라디보스톡이 한국관광객으로 가득차던 시절이 있었다. 해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왔고 장사장님은 이곳 게스트하우스 말고도 호텔과 식당에 많은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못한 팬데믹으로 말미암은 여행업의 몰락에 다른 게하들이 하나 둘 다 문을 닫고 떠나고 이제 이 곳 하나 남았는데 버티고 버티다 마음을 접고 다음달엔 다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던 중 2년만에 우리에게 예약문의가 온거였다. 받을까말까 고민하다 접기 전 마지막 손님으로 받기로 한거라고 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로와 탄의 휴식처가 되어 준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의 장사장님(왼쪽)와 탄 사진=김태원(tan)
★정많고 덩치 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힘내세요" 장 사장님은 덩치 크고 정 많은, 아이디어 넘치고 감각있는, 재능있는 친구였다. 타이밍이 안좋아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젊고 넘치는 끼로 실패를 발판삼아 얼마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자꾸 웃으며 비관적 자책을 농담삼아 하곤 했다. "곧 없어질 슈스게하에 마지막 손님이시네요." 같은... 그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시작이에요. 이제 팬데믹 끝나고 한국에서 오토바이며 캠핑카들이 구름처럼 몰려올텐데 여기마저 사라지면 안되요!'하고 열심히 설득했다.
보통 우리는 여행에서 현지 친구들집이나 저렴한 숙소를 선호하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유독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고집했었다. 러시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꽤나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6.25전쟁때 북한편을 든 공산국가, 보드카를 마시는 거친 형님들의 나라, 차이콥스키와 볼쇼이 발레단이 있는 나라 라는 정도가 다였다.
회사 다닐적에 모스크바로 출장을 가본적은 있었지만 고작 일주일 남짓이었고 블라디보스톡은 모스크바로부터 동쪽으로 수천킬로나 떨어져 있어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러시아 거리에서 만난 재미난 화장실 사인. 제일 오른쪽은 혹시 외계인? 사진=김태원(tan)
★우리가 모르는 러시아, 그들의 문화가 궁금했다 이 나라를 우리끼리 여행하자니 어떠한 문화가 있는지, 언어가 통할지, 등등 걱정이 되고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러시아에 대해 무지렁이 같았던 우리에게 사장님은 나의 바람 대로 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어가 가장 문제여서 속성과정의 생존 러시아어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러시아 알파벳은 영어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막 뒤집혀있거나 발음이 완전 다르다. 아예 처음 보는 모르는 글자면 그냥 포기를 할텐데 웬지 뭔지 알 것도 같은데 모르겠는 것이 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다. 몇 시간의 열띤 강의 덕분에 러시아 글자를 읽는 법과 생존에 필요한 필수 단어들을 대충은 익힐 수 있었다.
또, 심카드를 구입할 때에도 함께 가주어서 우리에게 알맞는 상품으로 잘 구입할 수 있었고, 자동차등록증과 면허증을 러시아어로 공증받은 서류를 만들 수 있었다.
이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러시아와 러시아어를 쓰는 주변국들의 국경통과나 경찰을 만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여 만들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사용하기 편한 Tinkoff 직불카드. 사진=김태원(tan)
그리고 러시아에서 사용하기 편한 Tinkoff 직불카드를 추천해주셔서 현지에서 발급받았는데 필요한 만큼 충전하고 웬만한 곳에선 다 카드로 지불할 수 있어서 잔돈관리에서 해방되고 앱으로 사용현황과 잔액을 바로 알수 있어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 외에도 마트에서 장보는 법, 식당에서 주문하는 법 등 각종 러시아 생존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
사장님과 함께 우리는 여러 맛집들을 다녔다. 북한식당에 가보았고 블라디보스톡 제일 맛집에서 킹크랩을 먹었고 현지인 핫플 수프라라는 조지아식당에도 갔고 샤슬릭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한국 떠난지 몇일밖에 안됐는데도 북한식당의 한식이 너무 맛있고 좋았다. 한국에서 탈북하신 분들을 만나본 적은 있었지만 북쪽 국적을 가진 사람을 실제로 만나본 것은 처음이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조지아음식도 처음 먹어봤는데 주문한 모든 음식들이 무척 맛있었고 특히 하차푸리(조지아어: ხაჭაპური)라는 계란노른자와 치즈를 섞어먹는 빵이 최고였다. 덕분에 조지아는 반드시 가야될 곳으로 꼽게 되었다.
북한 식당의 메뉴. 사진=김태원(tan)
★비행기 두 시간이면 만나는 유럽, 블라디보스톡 사장님은 요리솜씨도 좋아서 저녁엔 라면과 짜장면. 탕수육 등을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는데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라면이다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하루는 사장님의 제안으로 블라디보스톡을 함께 걸으며 뚜벅이 시내투어를 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한두시간밖에 안걸리는 블라디보스톡은 건물이며 사람들이 완전 유럽같다. 이국적인 거리 풍경에 그저 걷기만 해도 여행 온 것이 실감났다.
특히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이곳 블라디보스톡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의 장소와 기념비를 보았는데 이곳에 이주해 살았던 한인들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의 3시간을 걸어다녔는데 그렇게 길 줄 모르고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발이 온통 까졌다. 살은 안 빠졌다.
우리끼리였다면 모르고 지나칠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알게되어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사장님은 이 무료가이드가 슈퍼스타 손님들을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며 오래간만에 다시 하게 된 것을 정말 즐거워하였다. 긴 시간 지치지도 않는다.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이다.
돈 만을 쫓는 사람과 함께 무엇을 하기는 참 힘든데,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너무도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우리를 손님이 아닌 친구처럼 가족같이 대해주었다.
출국 당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막 발발할 때여서 한국에서 루블화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현금은 달러를 준비해서 현지에서 환전하고 유니온페이가 되는 카드를 가져가서 ATM기에서 뽑아쓰기로 했다.(Visa와 Master카드는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사용이 불가하다)
그런데 각 은행마다 ATM기 인출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한 곳을 찾아다니느라 초반에 꽤 힘이 들었다.
처음엔 수수료가 어디가 더 싸니 더 많이 뽑을 수 있니 하며 따지다가 나중에는 그저 돈이 인출이 되면 감사한 지경이었다.
옛날처럼 각 나라별 현금을 종류별로 준비하고 다녀야하는 시대가 아니라 편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가져온 카드로 인출이 가능한 ATM기 찾기도 복불복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이 기사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