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김정은이 요새 대놓고 순항미사일만 쏴대는 까닭은"

1주일 사이 3차례나 순항미사일만 도발 반길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 빠진 사각지대 맹점 노린듯" 사거리 1500∼2000㎞ 추정, 평양 인근 내륙서 발사한 듯 핵탑재 순항미사일 대북 제재 가동 위해 다자외교 펼쳐야

[파이낸셜뉴스]
"김정은이 요새 대놓고 순항미사일만 쏴대는 까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각) 신형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29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28일에 이어 이틀 만인 30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세차례 순항미사일 도발이면서, 올해 들어 8번째 무력도발이기도 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오전 7시쯤 북측이 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상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에 있다"며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활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北 순항미사일 안보리 제재 대상 미포함 헛점 노린 도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순항미사일 도발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맹점을 역으로 이용하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도발장소가 동해든, 서해든 아니면 전술순항미사일이든, 전략순항미사일이든 순항미사일은 대북 제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노린 도발이라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러한 북한의 도발 수위는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순항미사일도 불화살-3-31인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평양 인근 내륙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화살-3-31은 기존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의 개량형으로 평가된다. 명칭 뒤에 '31'이 붙은 것은 북한이 작년에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4일 평양 인근에서 서해상으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고, 28일에는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불화살-3-31 2발을 발사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발사된 불화살-3-31의 비행시간 및 사거리에 대해 "북한이 주장한 정상거리를 날아갔다"며 "화살-1의 정상거리는 1500㎞이고 화살-2는 2000㎞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늘 발사된 순항미사일의 비행시간은 28일 발사된 순항미사일에 비해 길어 정상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요새 대놓고 순항미사일만 쏴대는 까닭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23년 9월 8일 제공한 사진엔 이틀 전 6일 열린 잠수함 진수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진수식에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주장하는 '김군옥 영웅함'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대북 제재 플랫폼 가동...다자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전 펼쳐야

전문가는 순항미사일을 안보리 결의 위반 추가 제재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북한의 뒷배 중러의 방해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만큼 우선 핵안보 차원에서 대북 제재 플랫폼이 가동되도록 다자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북한이 이번엔 서해상 순항미사일을 도발한 것은 유엔제재 허점을 노리는 셈법을 풀가동하는 행태"라고 짚었다.

이어 반 센터장은 "심지어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 개발도 현재로서는 기존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것은 핵안보 차원에서 심대한 위협이자 맹점"이라며 "순항미사일도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 추가 제재의 대상으로 구속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방해로 사실상 이는 가능한 상황이 아니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방관한다면 심대한 핵안보 위협에 노출되고 말 것"이라며 "G7, 한미일 안보아키텍처 등 다자 플랫폼을 활용한 다자차원의 대북 제재가 가동되도록 외교전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 센터장은 "다만 대북 제재에 해당되는 순항미사일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제한함으로써 핵안보 위협 차단이 목적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비롯한 주한미군 주요기지를 포함한 한국과 주일미군 후속 지원기지를 겨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성능 고도화에 집중해왔다.

북한이 전력 개발 완성에 주력하는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은 수중에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면 발사 원점을 숨길 수 있다. 지·해상에 위치한 레이더의 전파는 직진특성이 있어 순항미사일이 낮은 고도로 회피 비행하면 지구 곡면에 의해 탐지가 제한된다.

북한이 수중에서 은밀히 기동하면서 정밀 타격이 가능한 SLBM과 여기에 SLCM까지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새로운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이 요새 대놓고 순항미사일만 쏴대는 까닭은"
김정은이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ㆍ을지프리덤실드)를 기해 해군 함대를 시찰하고 함정에서 전략무기를 발사하는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23년 8월 2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장면(왼쪽)과 지난해 1월 25일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 지상 발사 장면(오른쪽). 이날 보도된 함정 발사 전략순항미사일은 화살-2와 외형상 차이가 없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올해 8차례 무력도발 일지

△1월 5일 오전 = 서해 완충구역에 200여발 포격.

△1월 6일 오후 = 서해 완충구역에 60여발 포격.

△1월 7일 오후 = 서해 완충구역에 90여발 포격.

△1월 14일 오후 = 평양 일대에서 고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추정 1발 발사. 비행거리 1000여㎞.

△1월 19일 시간미상= 동해에서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 시험 주장.

△1월 24일 오전 =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北,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으로 발표) 여러 발 발사.

△1월 28일 오전 = 동해 신포 일대에서 순항미사일 여러 발 발사.

△1월 30일 오전 =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 발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