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위 부위원장 교체설 돌아
특단 대책 주문에도 성과 못내놔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인구정책기획단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출산대책을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교체될 것이라고 한다. 현 부위원장인 김영미 동서대 교수 후임으로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유력하다. 김 교수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뒤를 이어 지난해 1월 임명됐다. 임기도 못 채우고 1년 만에 물러나게 되는 것인데, 대통령이 여러 차례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던 탓으로 볼 수 있다.
주 전 장관이 부위원장이 되면 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관가에선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불도저 스타일로도 유명했다. 추진력이 강하고 반드시 성과를 내는 관료라는 평이 많았는데 지금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능력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지금 백약이 무효인 지경에 이르렀다. 출산율 수치는 매번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했다. 이 수치도 지난해 4·4분기엔 역대 최저치인 0.6명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일 뿐 아니라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통상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해외에서 더 걱정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저출산을 21세기판 흑사병에 비유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낳지 않으려는 한국을 집단자살 사회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저출산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부양받는 사람은 비대해지는 인구구조는 국가재앙을 초래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국가 최우선 과제다.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됐고, 그동안 300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찔끔찔끔 백화점식 대책을 내놓다 보니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 태반이었다. 각종 대책이 부처 간에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한 탓도 컸다. 그래서 주목받은 조직이 저출산위원회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장관급 부위원장 아래 기획재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7개 부처 장관이 참여한다. 하지만 예산 집행권도,부처 조정권한도 갖질 못했다. 이러니 성과를 못 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틀리지 않는다. 대통령도 그간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위 회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3월에야 첫 회의를 주재했다.
저출산 위기감에 부처별, 지자체별로 여기저기서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관심과 지원이 많을수록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 차원의 정교한 조율과 비전 수립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모처럼 정치권은 저출산대책 마련의 시급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목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를 기회로 뜻을 모을 수 있다.
더욱이 여야 모두 저출산 컨트롤타워 부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추후 정식 정부부처로 신설할 수도 있겠지만 합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우선 기존 저출산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래야 대통령이 주문한 '차원이 다른 접근법'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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