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 올라온 해고 영상 썸네일들 / 틱톡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미국 테크 기업들이 새해 들어서 연이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명 '해고 브이로그'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제가 잘리는 모습을 틱톡에서 시청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자리를 잃은 미국 일부 직장인들이 자신의 해고 장면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틱톡에 'layoffs'(해고)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18만7000개의 영상이 검색된다. 영상에는 인사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며 우는 모습이나 곧 해고 통보를 받을 것을 아는 채로 남은 업무를 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빅테크 기업에서 최근 해고당한 마케팅 전문가 폴라셰이드(30)도 그중 하나다.
그가 이달 틱톡에 올린 해고 영상은 몇시간 만에 수십만 조회수를 넘기고 댓글이 수천개가 달리는 등 화제가 됐다.
폴라셰이드는 NYT에 "새해 결심 중 하나가 내 삶에서 고통스러운 일들도 더 솔직하게 공개하고 드러내는 것이었다"라며 "그중에는 화려하고 멋지지 않은 것일지라도 내 인생의 일부인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NYT는 해고 영상이 유행하는 배경에 대해 실패나 부정적인 경험도 포함해 일상의 소소한 것들까지도 SNS로 공유하는 것이 익숙한 이른바 밀레니얼 및 Z세대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해고 영상뿐 아니라 링크트인,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공개 구직' 글도 올리는 등 과거에는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사적인 부분까지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공개한다.
일자리를 잃은 몇몇 직장인들은 이렇게 해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그 과정에서 얻은 상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 유타주의 한 회사를 다니다 해고당한 조니(38)는 당초 해고 장면을 가족들에게만 보여줄 목적으로 촬영했으나 자신을 해고한 회사가 남은 직원들에게 추가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을 알고는 이를 틱톡에 공개했다.
틱톡에 올라온 해고 영상 / 틱톡 갈무리
그의 영상은 140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그를 응원하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그는 "폭로와 같은 심각한 일을 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것은 나의 경험"이라며 "이는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화제가 되는 몇몇 해고 영상들의 주인공들은 새 일자리를 제안받기도 한다.
유타주의 한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해온 시몬 밀러는 해고 통보를 받은 날 일하던 모습을 찍어 올린 뒤 약 30개의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술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서 해고당한 영상을 공개한 브리트니 피에치도 일자리 제안을 포함해 약 1만개의 링크트인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 역시 이제 해고 과정이 전부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슈 프린스 클라우드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브리트니가 올린 해고 영상이 화제가 되자 소셜미디어에 직접 글을 올려 "해고는 불가피했다"라면서도 "회사가 해고 과정에서 더 친절하고 인간적이었어야 했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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