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SED 이후 언론 앞에 선 페르난데스
핵심광물 中의존 탓 IRA 보조금 배제 우려에
"이해했고 고려하겠지만..중국 디리스킹 추구"
삼성전자, 반도체법 527억불 지원 대상 가능성
"조심스럽게 검토 중..끝나면 빨리 펀딩 제공"
플랫폼법 두고는 "발의 전이라 입장 없다"
다만 美재계 요구처럼 "피드백 기회 독려"
사진=주한미국대사관
[파이낸셜뉴스]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1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시행 과정에 윤석열 정부와 기업의 우려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재계가 반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날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마친 후라 주목된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선 IRA에 관해 “한미 간 협력이 필수적이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저희에게 우려를 주저함 없이 아주 명확하게 표현을 잘해줬다”며 “한국 측의 우려를 확실히 이해하고 앞으로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IRA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을 중국을 위시한 일부 국가 소재 해외우려기관(FEOC)에게서 조달하면 안 된다.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미 정부를 상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이 2022년 기준 전 세계 구형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FEOC 규정 적용 2년 유예를 요청했다.
페르난데스 장관은 다만 “핵심광물 공급망 다양화는 가능할 뿐 아니라 저희 행정부의 우선순위다. 팬데믹에서 배운 한 가지가 있다면 한두 국가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하지 않겠지만 디리스킹(위험 경감)을 추구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IRA를 통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국가의 기업보다도 한국 기업이 기회로 가장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가 IRA로 오히려 득을 봤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페르난데스 장관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우리 기업이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여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검토가 끝난 뒤에는 최대한 빨리 펀딩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저희의 의도”라고 말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키 위해 보조금 390억달러와 R&D(연구·개발) 지원금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를 5년간 지원하는 내용이다. 현재 지원이 이뤄진 건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와 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두 곳뿐이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인텔과 대만의 TSMC에 더해 삼성전자도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전날 SED에서 반도체법을 겨냥해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상응하는 투자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조속히 받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미 재계가 공개 반발해 주목이 쏠리는 플랫폼법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직 법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평가가 없다는 게 페르난데스 차관의 입장이다. 전날 SED에서도 플랫폼법은 공식의제로 오르지 못했다.
플랫폼법은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우대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구글·아마존·메타 등 미 플랫폼기업들도 적용 대상이라 찰스 프리먼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이 성명을 내고 나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좋은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무역 합의를 위반케 한다”며 “공정위는 투명성을 보여주고 열린 대화를 하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미 정부도 자국 기업 규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 차관도 공식입장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협력과 투명성 보장, 이해관계자들과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친구들과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별도 온라인 브리핑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피드백 기회를 가지도록 한국 정부를 독려한 게 우리가 한 일”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법에 대해 코멘트 하듯 우리도 플랫폼법에 대해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서 미 상공회의소 요구처럼 미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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