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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근무해래이" "아버지 갑니다"..'순직' 영웅, 가족과의 마지막 대화

문경 공장 화재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
'아버지와 아침식사' 안타까운 사연 전해져

"안전하게 근무해래이" "아버지 갑니다"..'순직' 영웅, 가족과의 마지막 대화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육가공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27)이 살아생전 아버지와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경북 문경의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28)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한 마지막 시간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 소방교의 아버지에 따르면 김 소방교는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31일, 아버지와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애가 아침에 일어나서 얼른 씻더니 아침을 먹어야겠다고 했다"라고 말하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깐 얘기를 멈췄다.

이어 "그러면 나랑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다"라며 "아내가 차려준 밥과 국을 수광이랑 함께 먹고 출근길에 보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출근하는 아들에게 "근무 잘해래이. 안전하게 근무해래이"라고 인사했고 김 소방교는 "아빠 갑니다"라고 말했다. 그게 이들 부자의 마지막 인사였다.

유족들은 김 소방장이 부모님을 살갑게 대했던 막내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김 소방장은 문경소방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거처를 옮기지 않았다고 한다. 누나가 결혼했으니 자신마저 나가면 부모님 두 분만 남아서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안전하게 근무해래이" "아버지 갑니다"..'순직' 영웅, 가족과의 마지막 대화
고(故) 김수광 소방장 생전 프로필 사진 /유족 제공, 연합뉴스

유족들은 김 소방장의 활발한 성격이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했던 어머니를 닮아선지 운동도 곧잘 했다고 기억했다.

한 유족은 "수광이가 엄마랑 유독 잘 지냈다"며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엄마랑 둘이 예쁜 카페도 자주 놀러 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 화재 현장 출동 나갈 때마다 '엄마 나 지금 불 끄러 가요'라고 꼬박꼬박 연락도 했다"라며 "그런 문자를 매일 주고받는 거 보면 수광이 엄마도 정신력이 보통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소방교는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제2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4층짜리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순직했다.

그는 "건물 내에 고립된 근로자가 있을 수 있다"라는 다른 근로자의 얘기를 전해 듣고 건물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순직한 김 소방교와 박수훈 소방사(36)에 대해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 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