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질학자, 캐나다 채굴장서 발견
줄기 뿐만아니라 잎까지 그대로 보존
나무 높이에 비해 크고 한곳에 몰린 잎
캐나다 동부 뉴브런즈윅의 채굴장에서 발견한 '산포디카울리스' 나무 화석은 가느다란 잎 하나의 길이가 1.75m에 달한다. 매튜 스팀슨 제공
[파이낸셜뉴스] 나뭇잎 하나가 2m에 육박하는 나무가 3억5000만년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나무는 다 자라더라도 4.5m에 불과하며 사람 머리에 몰려 있는 머리카락과 병을 청소하는 브러쉬처럼 매우 독특하게 생겼다.
미국 콜비대학 로버트 가스탈도 지질학과 교수는 캐나다 동부 뉴브런즈윅의 채굴장에서 나무줄기와 잎까지 그대로 보존된 나무 화석을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언뜻 보면 야자수나 고사리처럼 보이지만 그 형태가 다르며 진화 시기를 따져봐도 훨씬 앞서 있다. 이 나무 화석은 다른 화석에 비해 줄기 뿐만아니라 잎까지 자세하게 남아 있었다.
가스탈도 교수는 '산포디카울리스'라는 매우 독특한 나무 화석을 국제 과학학술지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에 공개했다. 산포디카울리스는 지질시대 구분에서 고생대 중 다섯번째였던 석탄기에 살았던 나무였다.
가스탈도 교수는 "이 나무가 가늘고 긴 줄기 주위에 거대한 잎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짧은 줄기 길이에 많은 수의 잎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 방식이 놀랍다"고 말했다.
가스탈도 교수는 캐나다 뉴브런즈윅 박물관 매튜 스팀슨 박사와 올리비아 킹과 함께 공동연구를 통해 '산포디카울리스' 나무형태를 3D로 복원했다. 그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잎들이 나무 상단에 밀집해 있다. 연구진은 이 나무가 약 4.5m까지 자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나무는 이제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나무다.
3억5000만년전에 지구상에 존재했던 나무 '산포디카울리스'는 나무 상단에 잎이 집중돼 있어 사람의 머리에 있는 머리카락처럼 잎이 있다. 사진은 화석을 분석해 만든 3D 이미지. 팀 스톤시퍼 제공
연구진은 이 나무의 모양을 병을 청소하는 브러쉬처럼 생겼다고 표현했다. 나무는 각 부분적으로 보존된 잎이 줄기 주위에 250장 이상이 있으며, 각각의 잎은 최소 1.75m나 뻗어 있다. 직경 16㎝인 나무는 상단부분에 잎들이 몰려 있으며, 최소 지름이 5.5m까지 넓고 촘촘하게 잎으로 덮여 있다.
이 나무는 어떻게 보면 고사리나 야자수 같아 보이지만, 야자수가 나타난 것은 3억년 후다. 가스탈도 교수는 "고사리나 야자수의 잎은 주로 꼭대기에 모여 있고 화석으로 발견된 나무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나무가 빛을 최대한 많이 받으면서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이처럼 독특하게 진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 나무가 숲에서 큰 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작은 나무들의 초기의 모습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초기 탄소기에 있던 식물들이 다양한 형태나 구조를 실험적으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가스탈도 교수는 "현재 지구 상에서 생존하는 식물과 동물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존재했다"며 "과거 작동한 진화 메커니즘으로 인해 다양한 동물과 식물들이 생겨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나무처럼 희귀하고 특이한 화석은 과거 지구를 뒤덮고 있었지만 진화의 실패로 사라진 나무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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