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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마들' 무기징역 선고받았지만...가석방없는 종신형은 '표류중'

지난해 우리 사회 뒤흔든 흉악범죄
조선·최원종·최윤종 잇단 무기징역 선고
"가석방 나와서 또 범죄 저지르면 어쩌냐"
'가석방 없는 종신형' 논의되고 있지만 반대도 거세

'거리의 악마들' 무기징역 선고받았지만...가석방없는 종신형은 '표류중'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이 지난해 7월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조선은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공동취재) 2023.7.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신림역 흉기난동범' 조선은 지난해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범행 2주 뒤인 지난해 8월 3일에는 유사한 이상동기 범죄가 발생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도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은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들이받고, 백화점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어 같은달 17일에는 최윤종이 신림동 관악산 생태공원에서 성폭행 목적으로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3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흔든 사건을 일으킨 흉악범들에게 모두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유족들은 분노하고 있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자들에게 더 강력한 형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른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거론되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무기징역 선고 시 20년간 복역한 뒤 심사를 거쳐 가석방이 가능 하다는 점은 범죄 피해자의 유족들이 사형 선고를 원하는 이유중 하나다. 현행 형법에는 무기징역·금고를 선고받더라도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고(故) 이희남씨의 유가족 측은 "혹여라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년 후 가석방으로 출소해 또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하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거리의 악마들' 무기징역 선고받았지만...가석방없는 종신형은 '표류중'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8.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사진=뉴스1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모두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사형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무기징역과 가석방을 제한하는 방법 등으로 피고인을 완벽하게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법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무기징역을 받고서 가석방으로 다시 나오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두 차례의 살인 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30여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가석방된 60대 남성이 출소 6년 만에 또다시 세 번째 살인을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경기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재판부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이에 사실상 1997년 이후 16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특성상 최근 강력 범죄 발생에 따라 이를 대체할 형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난해 법무부가 추진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찬반양론이 맞서는 상황이다.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금고가 필요하다는 찬성 여론과 함께 범죄 예방 효과가 불분명하고 엄벌주의만 강화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사형의 대안이 아닌 사형제 존치 상태에서 도입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어떠한 대안도 검토되지 않은 채 도입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단순히 '느린 사형'의 모습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