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환급 반기는 골목상권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방안 일환
188만명에 평균 80만원 돌려줘
제2금융권 안내 부족 홍보 필요
도장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가 5일 KB국민은행에서 받은 이자 캐시백 안내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 일주일에 1개 팔았나, 손님이 아예 없었어요. 그때 은행에서 싸게 빌려준다고 하니까 고마웠죠. 대금도 맞출 수 있겠다 싶어서 3%대 이자에 5000만원을 빌렸는데 어느새 6.2%가 넘어서 부담이 컸는데 피 같은 이자 돌려받으니 정말 기분 좋습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정부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따라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이자 캐시백(환급)을 시작한 5일 서울 여의도에서 23년째 도장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씨(68)는 KB국민은행에서 캐시백 문자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도장만 팔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근 상가와 주택가를 대상으로 전자잠금장치(디지털 도어록)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도매업체 대금 주기도 빠듯해지자 마침 거래하던 은행 직원이 저금리 소상공인 정책대출 상품을 소개해줘 5000만원을 빌렸다.
코로나19 긴 터널을 지나자 고금리가 시작됐다. 그는 "도장 하나 팔아봐야 겨우 만원 남는데 한 달 30만원가량 이자를 내려니 속이 쓰렸던 것도 사실"이라며 "카톡으로 이자를 돌려준다고 하길래 처음에는 신종 보이스피싱인가 하고 믿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날 KB국민은행은 오전 11시부터 순차적으로 개인사업자 약 26만명에게 이자 캐시백 2617억원 지급을 시작했다. 박씨는 오후 1시께 이자 105만원을 돌려받았다.
인근에서 커피포트, 전화기, 믹서기 등을 취급하는 전파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8)도 이날 BNK부산은행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기자에게 "이게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진짜냐"고 재차 물어본 그는 "내일 이자를 돌려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설을 앞두고 손주 용돈도 챙겨줘야 하는데 따로 신청한 것도 없는데 내 돈을 돌려준다니 편하고 좋다"고 덧붙였다.
김씨도 코로나19 당시 운영자금이 부족해 2000만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부산은행은 6일부터 총 832억원의 이자 캐시백을 시작한다.
은행권은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지난해 금리 4%를 초과하는 이자를 납부한 개인사업자 약 187만명에게 총 1조3587억원을 돌려준다. 개인사업자 1인에게 평균 73만원의 이자가 돌아간다. 지난해 말까지 이자를 납부한 기간이 1년 이상인 개인사업자는 이번 1차 지급기간에 환급예정액 전액을 본인 대출계좌로 별도 신청 없이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은행권이 이자 캐시백을 시작한 첫날인 데다 이자 캐시백이 은행권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개인사업자가 적지 않았다. 특히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는 이자 캐시백을 받기 위해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만큼 제2금융권의 안내와 정부의 추가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이자 캐시백을 처음 들었다"면서 "나는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나도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인근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B씨도 "이자를 돌려준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나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 B씨와 같이 제2금융권(저축은행, 농·수·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카드사, 캐피털)에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는 오는 3월 29일부터 이자 캐시백이 시작된다.
제2금융권에서 연 5% 이상 연 7% 미만 금리의 사업자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는 최대 15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고객과 달리 반드시 신청을 해야 한다. 내달 초에 이자 캐시백 대상 개인사업자에게 관련 내용이 안내될 예정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