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앞바다서 다이빙하던 잠수부가 발견
수술한다고 해도 살 수 있을지 장담 못해
낚싯줄이 거북이 몸을 관통했다. / KBS뉴스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새끼 거북이가 낚싯줄에 의해 몸통이 관통된 채로 구조됐다. 버려진 낚싯바늘이나 그물 등이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6일 KBS에 따르면 지난 4일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이 서귀포시 운진항 인근 수심에서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다 구조됐다. 수중에서 다이빙하던 잠수부가 발견해 구조한 것이다.
구조 후 살펴보니 이 거북이는 몸길이 42cm로, 서너 살로 추정되는 어린 개체로 확인됐다.
거북이는 구조 당시 항문에 낚싯줄이 빠져나온 상태였다. 거북이가 입으로 삼킨 낚싯줄이 몸속을 관통해 나온 것이다. 이에 잠수부는 거북이를 제주 지역 구조치료 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넘겼다.
당시 잠수부로부터 거북이를 인계받은 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은 "잠수부가 칼로 줄을 끊어서 수면 위로 올렸더니 항문 쪽에 낚싯줄이 길게 나와 있었다"라며 "낚싯줄을 당기니까 거북이 목이 움찔거렸다. 바늘이 기도 부근에 걸린 것 같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홍원희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는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바늘이 있는지 등을 검사하고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 외에도 폐렴이나 감염성 여부 등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먹이를 먹이게 되면 낚싯줄이 장에서 말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장이 괴사 되는 상황도 올 수 있어 수액 처치를 하며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술을 해도 낚싯줄과 바늘 위치에 따라 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 돌고래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 바다에서 구조가 필요한 상태로 발견된 바다거북은 100마리가 넘는다.
이 가운데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에 옮겨져 치료받은 바다거북은 10여 마리에 이른다. 대부분 낚싯줄과 버려진 그물에 걸려 다친 상태였다.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거나 수중에서 폐사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바다거북이 폐어구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제주 바다에서 유영하는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낚싯줄 등 폐어구에 주둥이에서부터 꼬리까지 걸린 채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발견 당시 낚싯줄이 몸에 파고들어 상처가 나고, 해조류까지 달라붙어 정상적인 유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긴급 구조단은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단은 포획하지 않고 구조 선박을 탄 상태에서 종달과 친밀감을 키우면서 칼을 매단 장대로 낚싯줄을 끊어내는 시도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