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뜸한 용문시장
작황 부진에 과일·채소값 급등
수입량 감소로 명태 가격도 올라
6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설을 앞두고 차례 준비에 나선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살 게 없네, 살 게 없어."
6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주민 권모씨(83)가 혀를 찼다. 일주일 전에도 용문시장을 찾았다는 권씨는 "지난주에 음식을 사놓고, 오늘은 금방 상하는 생선이랑 채소를 사러 왔는데 그새 너무 올랐다"며 "이번 설에는 생선을 안 할까 고민"이라고 했다.
설 연휴를 3일 앞둔 상황에서 과일값과 채솟값 등 물가가 크게 올랐다. 일부 소비자들은 차례상의 음식을 줄이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 사과·배 가격 2배↑, 귤은 더 뛰어
이날 방문한 용문시장 농수산물 가격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올라 있었다. 폭염과 한파 등 기후변화로 인해 작황이 좋지 않은 점이 농산물 가격 급등에 영향을 줬다. 수입량 감소로 인해 중국산 부세조기와 명태 등도 가격이 뛰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설 성수품 가격 및 물량 현황에 따르면 상품 경매가 기준으로 사과 부사품종 5㎏ 상자는 3만9800원으로 전년(1만9609원) 대비 103% 증가했다. 배 신고품종 7.5㎏ 상자는 4만3047원으로 전년(2만1387원) 대비 101%, 감귤 5㎏ 상자는 3만1996원으로 전년(1만1531원) 대비 177% 올랐다. 시금치도 4㎏ 상자는 2만574원으로, 전년(1만800원) 대비 91% 인상됐다.
용문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장바구니에는 열무 한단 또는 대파 한단이 겨우 담겨 있는 등 가벼워 보였다.
김모씨(50)는 "2주 사이 가격이 20% 정도 더 오른거 같다"며 "겨울에 항상 귤을 사먹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못 사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차례상을 갖춰야 하니 음식 종류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과일 세개 올릴 것을 하나만 올리는 식으로 양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모씨(84)도 "보통 명절에 과일 선물이 들어와 따로 살 필요가 없었는데 이번엔 받은 게 없다"며 "과일을 직접 사기엔 부담이 커서 일단 사지 않고 있다. 나중에 선물로 들어올지 몰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 물가 상승이 발길도 줄여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상인들은 날씨의 영향보다는 물가의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6)가 큰소리로 연신 호객행위를 했으나 그의 가게에는 손님 한두명만 오갈 뿐이었다. 김씨는 "손님들이 지난해 설에 비하면 40%는 줄어든 느낌"이라며 "두개 살 것 하나만 사는 식으로 물가가 비싸 지갑을 쉽게 못 연다"고 설명했다.
제수용품을 파는 가게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28년째 건어물과 함께 한과 등 제수용품을 판매해왔다는 김모씨(54)는 "명절 대목이면 일주일동안 장사가 잘 됐는데 요즘은 하루, 이틀 정도만 사람이 조금 오는 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제수용 한과도 종류마다 의미가 달라 제대로 갖춰서 하면 10가지 한과를 차례에 올려야 하나 5가지 정도 겨우 사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 온누리 상품권 이용이 확실히 늘었지만 건어물이나 한과는 적용이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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