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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찍은 성매매 여성 나체사진, '위법수집증거'된 이유는[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법원, "촬영시 피해자 동의 없고, 사후 영장도 없어"
단속 경찰 '과실' 여부에 따라 국가가 책임질 수도

경찰이 찍은 성매매 여성 나체사진, '위법수집증거'된 이유는[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성매매 현장을 덮쳐 현장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성매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성관계 직후 나체 상태인 여성 A씨와 성 매수 남성 B씨의 사진을 찍었다. A씨는 경찰에 사진을 지워달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거부했다. 이후 경찰은 A씨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단속팀 15명이 모여 있는 메신저 단체대화방에도 공유했다.

A씨는 성매매혐의로 기소됐지만 변호인은 경찰이 찍은 나체 사진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경찰이 찍은 여성 나체 사진을 성매매 혐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에 이어 지난달 30일 2심 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힘들게 찍은 증거물인데 경찰 입장에선 법원이 야속해 보일 수도 있다. 법원은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

법원이 현장 사진 ‘위법수집증거’라 판단한 이유는
범죄 현장 단속 과정에서 증거 확보는 필수다. 경찰은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진술, 현장 사진이나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 계좌이체 내역 등을 핵심 증거로 쓴다. 증거 확보에는 형사소송법을 준수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을 경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법수집증거(위수증) 배제의 법칙’이다. 이에 따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새로운 증거를 수집해도 사법 당국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른바 '독나무 열매 이론'이다. 독나무에서 나온 열매도 독열매이므로, 파생증거 또한 위수증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성매매 현장 사진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댔다.경찰이 사직을 찍을 때 상대의 동의를 구했거나 승낙 받은 사실이 없고, 사진 촬영으로 피고인의 인격권 침해가 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진을 증거로 쓰려면 경찰이 사후에라도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단속 공무원 '과실' 여부가 국가배상 소송의 쟁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A씨는 "경찰이 동의 없이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고, 수사팀 단톡방에 사진을 공유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욕설 및 모욕적 발언을 하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언동과 자백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에서 인격권 침해가 있었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쟁점은 단속 경찰에 ‘과실’이 있었는지가 문제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심까지 갔던 A씨의 사건이 확정판결로 굳어질 때까지는 손배소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경찰의 이런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단속 관련 규정과 지침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