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권유린을 당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지자체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전우석)는 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박모씨 등 70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6건에서 국가와 부산시가 원고들에게 총 16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합계 청구액 283억여원 중 약 58%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부랑인이라는 명목하에 법률적 근거 없이 수용당했고, 이와 같은 피고(국가와 부산시)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수용 기한을 정하지 않고 감금돼 반인권적인 통제하에 가혹행위,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물론 아동의 경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감독해야 할 부산시와 대한민국 정부는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위법행위를 묵인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형제복지원을 퇴소한 지 수십 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피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민법, 국가재정법 또는 구 예산회계법상 10년 또는 5년의 장기 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은 2022년 8월경이 되어서야 과거사 전문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을 받았다. 그 사실을 통지받음으로써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고 그로부터 얼마되지 않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민법상 3년의 강제 소멸시효 역시 부과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배상액은 원고별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되, 개별 원고의 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판결 이후 박경보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 대표는 "당연한 판결이며 사필귀정"이라며 "형제복지원이 있던 부산에서 난 판결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세 번째 사례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은 하모씨 등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총 145억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들이 국가 상대로 제기한 총 2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45억3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20일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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