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 감소세…재범률은 40%대 유지
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 A씨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사고 후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재범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B씨는 지난해 5월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5%로 면허취소 기준(0.08%)을 훨씬 웃도는 만취 상태였고, 과거 음주운전 사고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며 잠시 운전대를 잡았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음주운전을 재범하는 경우에도 집행유예를 주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10명 중 4명은 재범
9일 경찰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1만5059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14명, 부상자는 2만4261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음주운전 사고는 3만1227건에 달했지만, 2004~2015년 2만건대로 떨어진 뒤 2016년부터는 1만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1만9381건 △2019년 1만5708건 △2020년 1만7247건 △2021년 1만4894건을 기록했다.
음주운전 사고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재범률이 높다.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8년 51.2% △2019년 43.7% △2020년 45.4% △2021년 44.5% △2022년 42.2%로 집계됐다. 10명 중 4명은 음주운전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잇따르는 음주운전 사고…'처벌 강화' 두고 의견 엇갈려
최근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20대 여성이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50대 배달기사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강원 양양에서는 60대 남성이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의 운전자 70대 남성과 동승한 그의 아내가 숨졌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음주 등 위험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사망 사고일 경우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선고에 참고되는 양형 기준도 높지 않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위험운전치사와 음주운전 혐의로 동시에 적발되는 경우 양형기준은 징역 4년에서 징역 8년 11개월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 자체가 약하긴 하나, 법원에서 다소 관대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특히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잣대에 따른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처벌 강화만으로 음주운전 사고를 낮출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철현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윤창호법의 음주운전 억제효과' 논문을 통해 "처벌의 엄격성과 확실성을 강화한 윤창호법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였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처벌 강화는 단기적인 효과만을 갖는다"고 밝혔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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