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서울역·고속터미널·인천공항에 구름인파
닷새간 2852만명 '고향으로'
인천공항 이용객 97만 넘을듯
작년 동기 대비 53% 증가 전망
8일 오전 10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벌써 표가 매진됐어요. 집에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8일 오전 10시 서울역, 대학생 이모씨(24)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동대구로 내려가야 하는데 입석 표도 못 구했다. 서울역에 앉아서 계속 앱으로 취소표를 대기할 예정"이라며 "가족, 친지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 먹을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서울역,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천국제공항 등은 사람들로 붐볐다. 매표창구에는 취소표를 문의하려는 귀성객들이 모여 긴 줄을 섰다. 이미 표를 구한 귀성객은 들뜬 표정으로 기차를 기다리거나 열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설 연휴 2000만명 이상 이동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기간(2월 8~12일) 2852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 당일인 10일에는 663만명이, 8일 594만명, 9일 570만명, 11일 564만명, 12일 461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씨(29)는 열차시간이 남아 의자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씨는 "지난해 추석 때 고향에 갔었고, 약 4개월 만의 방문"이라며 "편하게 가기 위해 연차도 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강모씨(31)는 2년 만에 고향을 방문한다고 했다. 그동안 취업준비를 하느라 고향을 가지 못했다고 했다. 강씨는 "지난해 말에 직장에 들어갔다"며 "자랑스럽게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설 연휴를 이용해 서울로 여행 온 가족도 있었다. 부산 수영구에 사는 윤모씨(50)는 고등학생 딸과 함께 아침 일찍 서울행 KTX를 타고 왔다. 남편은 충청도에서 직장을 다니는데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윤씨는 "즉흥적으로 2박3일 일정으로 여행을 결정했다"며 "명절에 서울에 오면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구경하기가 좋다"고 지적했다.
버스를 이용하는 귀성객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아침 일찍 모이기 시작했다. 큰 여행가방과 선물 꾸러미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경부선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40대 박모씨는 "하루 휴가를 내서 차가 붐비지 않을 때 시댁인 상주로 내려가려고 한다"며 "명절이 아니면 고향에 내려가기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남선 터미널에서 만난 박모씨(67)는 고향인 전북 정읍에 있는 고령의 아버지를 뵙기 위해 '나홀로 귀성길'에 올랐다고 했다. 박씨는 "아들은 처가에 가고 혼자 귀성하는데, 이렇게 명절을 보낸 지도 꽤 됐다"고 답했다.
■긴 연휴에 '해외여행'
명절에 고향 대신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는 모습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이날 인천공항은 커다란 캐리어와 함께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까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항공사 탑승수속 카운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랜 시간 줄이 줄지 않았지만 모두 표정은 밝았다.
이번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기간인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총 97만6922명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평균 이용객은 19만5384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일평균 여객(12만7537명) 대비 53.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첫 가족여행을 떠나는 최모씨(50)는 "이번에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 공항버스가 만석이었다"며 "어머니가 77세라 연세 있으셔서 여기저기 다니지 못하니까 바닷가 있는 데서 휴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모씨(34)도 "한살배기 아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짧아야 할 것 같고, 그나마 비용이 저렴한 곳을 고르다 보니 일본으로 선택했다"며 "새로움을 느끼고 싶고, 코로나19 때 해외여행 못 가다 보니 최대한 연휴 때마다 갈 수 있으면 해외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동규 노유정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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