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4조 만기 홍콩ELS..7조 증발 우려
대통령실 나서 예의주시..3월 메시지 전망
금감원, 불완전판매 조사해 배상안 마련 중
문제는 비중..명백한 불완전판매 적으면 한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번 설 연휴 밥상에선 통상적인 정치·경제 이야기 외에 특정 현안이 입에 오르내렸다. 홍콩H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이다. 올해 7조원 내외가 손실로 증발할 것이라는 불안이 퍼져있어서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심상치 않는 손실 규모에 대통령실도 불완전판매에 초점을 두고 살피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나올지는 장담키 어렵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은 총 15조4000억원 규모다.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이 고객에게 상환될 예정인데, 손실률이 절반이 넘을 공산이 큰 상황이다. 당장 지난 2일까지 만기가 찬 7061억원의 경우 상환액은 3313억원에 그쳐 평균 손실률이 53.1%다. 이대로라면 올해 홍콩ELS 가입자의 투자원금 7조원 내외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과 홍콩ELS 가입자들 간에 분쟁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살펴 합당하게 손실을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마련키 위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4일 KBS에 출연해 불완전판매 사례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설 연휴 이후 1차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추가 검사에 돌입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내달 안에는 배상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2~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ELS 상품이 상당한 만큼, 그 전에 어떤 식이든 메시지와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과 정부의 인식이다.
일단 초점을 맞추는 건 불완전판매다. 금감원 조사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이 원장이 밝힌 것과 같이 원금 보장과 수익률 등을 과장하는 상품 설명과 홍보 사례들이 상당히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또 정부로서는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는 것이 뚜렷한 분쟁 배상안을 마련하는 데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다.
변수는 불완전판매 사례의 비중이다.
만일 전체 홍콩ELS 가입자 중 불완전판매라고 판단되는 비율이 소수일 경우, 분쟁 배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로서는 쉽지 않아진다. 은행권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배상을 요구할 명분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정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명백하게 불완전판매라고 볼 수 있는 사례들이 그렇게 높은 비율은 아닐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손실을 본 가입자들 중 불완전판매가 소수인 것으로 드러나면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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