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8개 기술 기업 3만4000명 해고
인력 재편성 성격된 미 테크기업 구조조정
비핵심 사업부문 정리하고 AI 인력 늘려
직원 구조조정을 단행한 모바일 메신져 기업 스냅. 스냅은 전 세계 인력의 약 10%, 즉 약 528명의 직원을 감원한다. 사진=AP연합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와 같은 새로운 영역에 투자하기 위한 인력 재편성 성격으로 직원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22년과 지난해 있었던 일자리 구조조정이 거대해진 조직 축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에는 적극적인 고용이 이뤄지면서 인력 감축이 병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테크 업계 고용상황을 집계하는 레이오프스(layoffs)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138개 기술 기업이 3만 4000명의 직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구조조정 된 기술 일자리 26만 3000개의 1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미국 테크기업에서 올 들어 계속되고 있는 직원 정리해고의 특징은 비핵심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테크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했던 것에 초점을 뒀던 것과 다른 성격이다.
이와 관련,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대니얼 금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테크 기업들은 핵심 사업 부문이 아닌 고비용 영역에서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이나 트위치가 비디오 스트리밍 부문 일자리를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즈의 분석가 브렌트 실은 "테크 기업들이 간결한 조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미국 금융투자회사 TD 코웬의 분석가 데릭 우드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사례를 보면 테크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AP은 지난 1월 AI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면서 약 8000개의 일자리를 없앴지만 직무 재교육 등의 방식도 언급하며 올해 말 직원수가 현재 수준과 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티파이의 대니얼 엑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업무에도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일부 테크 기업의 구조조정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라는 설명이다.
모바일 메신져 기업 스냅의 경우가 그렇다.
스냅은 이달 디지털 광고의 부진에서 회복하기 위해 전 세계 인력의 10분의 1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금 교수는 "스냅의 구조조정은 2년 후에 회사가 존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위기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와 스냅, 이베이, 페이팔 등이 각각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비주력 사업인 스트리밍 부문의 인력감축을 시행한 세계적 상거래기업 아마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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