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사 재조명
선조의 공과 공정히 평가
이승만 바로 보기가 시작
노동일 주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다. 독립운동가, 건국의 아버지, 초대 대통령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독재자라는 어두운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장기집권을 꾀하다가 4·19 후 하와이에서 사망한 말년의 기억이 선명해서일 것이다. 초대 대통령으로 친일파를 중용하여 친일 청산을 방해했다는 의견, 북한에 앞서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실시함으로써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허물이 있어도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은 공(功)보다 더 클 수 있겠는가. 그에 대해 오랜 기간 부정적 평가로 일관한 것은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좌파적 교육의 영향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영화 '건국전쟁'은 사료(史料)와 사실을 바탕으로 이승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개봉 첫 주말인 지난 3일 영화를 보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이 여럿 있었던 건 의외였다. 영화는 얼핏 지루할 수 있다. 다큐의 특성상 화려한 볼거리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드라마적 요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잘못되어 왔는지 알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가장 왜곡된 사실은 이런 내용이었다. '한국은 내각에 친일파를 대거 등용하는 등 일제 청산을 하지 못했다. 북한은 내각에 항일빨치산을 기용하는 등 친일파 청산에 성공한 국가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정통성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이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허위요, 왜곡이다.
대한민국 초대 내각의 명단 일부만 확인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독립운동가로서 상해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대통령, 유명한 독립운동가문 출신으로 상해임시정부 재무총장을 맡았던 이시영 부통령을 필두로 광복군 참모장으로 널리 알려진 이범석 장군은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을 겸직하였다. 외무장관 장택상, 내무장관 윤치영, 재무장관 김도연 등은 일제 때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인사들이었다. 항일변호사(법무장관 이인), 항일 교육자(문교장관 안호상),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농림장관 조봉암) 등 내각 전원이 항일운동에 투신한 전력이 있었다. 영화는 첫머리에서 이런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북한 초대 내각의 일제 전력과 비교해 보는 것도 각성을 위해 필요할지 모르겠다. 항일 무장투쟁 시절 모래로 쌀을 만들고 솔방울로 만든 수류탄을 던졌으며 가랑잎을 타고 압록강을 건넜다는 김일성 주석의 전설을 염두에 두고 말이다.
영화는 해방 후 테러가 빈발하는 극심한 좌우갈등을 극복하고 농지개혁, 6·25전쟁, 한미동맹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판을 놓은 이 전 대통령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새삼 이승만 우상화를 원해서가 아니다. 배우 이영애씨의 말대로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을 굳건히 다져주신 분'으로서 그의 공과 과를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김현철 교수는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김영사)에서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 첫 번째로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는가'입니다.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태어난 나라의 평균 소득과 불평등지수만으로 성인기 소득의 최소 50%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위 20% 안에 들어가는 운 좋은 사람들입니다."
음수사원 굴정지인(飮水思源 掘井之人)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우물물을 마실 때 그 우물을 판 사람의 은혜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만으로 세계 인구의 상위 20% 안에 들어가는 행운은 우리 노력으로만 된 게 아니다. 완전한 맨땅에서 맨손으로 우물을 판 선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들의 공과 과를 올바로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승만 바로 보기는 그런 과업의 시작이다. 모두 건국전쟁을 한번쯤 관람하실 것을 권한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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