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은과 거래 한계기업 1만5694곳
지난해말 대출잔액 22조까지 급증
전문가 "만기 연장은 연명책 그쳐"
당국, 혁신펀드 확대 등 총력 예고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로 중소기업들의 신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특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번 돈으로 은행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액이 2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16년 대비 2.4배 급증한 수치다.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한계 중소기업 수도 1만5694곳으로, 2016년에 비해 2.2배 넘게 늘었다.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기업구조혁신펀드를 1조원 추가 조성하는 한편 기업회생 등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이 한계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잔액은 22조3295억원으로, 전년(21조6760억원)보다 3% 늘었다. 기업은행과 거래 중인 한계 중소기업은 1만5694곳으로 전년(1만5079곳)보다 4% 넘게 증가했다. 한계기업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16년과 비교하면 한계 중소기업의 대출잔액은 2.4배, 한계 중소기업 수는 2.3배 늘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이른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한 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다는 의미다.
기업은행이 거래하는 한계 중소기업 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6년 말 6814곳에서 2017년 말 7616곳, 2018년 말 9063곳, 2019년 말 1만513곳, 2020년 말 1만2907곳, 2021년 말 1만4436곳, 2022년 말 1만5079곳, 2023년 말 1만5694곳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계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잔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6년 말 8조9847억원에서 2017년 말 10조972억원, 2018년 말 12조289억원, 2019년 말 14조3559억원, 2020년 말 17조9871억원, 2021년 말 19조5421억원, 2022년 말 21조6760억원, 2023년 말 22조3295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고금리에 경기둔화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기대하던 금리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한계에 몰리는 중소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024년 경제전망과 중소기업 이슈' 세미나에서 한계 중소기업 비중이 지난해 17.2%에서 올해 20.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구조조정의 적기로 꼽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이뤄진 중소기업 대출 일괄 만기연장 등이 기업들을 살리는 데는 도움을 줬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실물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 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기업부실예측모형을 통한 2023년 부실기업 추정' 보고서에서 "재정을 동원한 무분별한 기업 살리기는 한계기업들의 연명으로 거시경제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기업구조조정 역량을 확충하고, 현안 기업구조조정에도 적시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구조혁신펀드가 차질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한편 기업회생 등 제도적 개선사항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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