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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공공의대 '자치의대', "지역 의사 양성에 가장 효과적"

히로시마대 교수팀 연구 결과…"자치의대 출신 72%, 비수도권 근무" 지역인재전형 통해 졸업생 지역 정주 유도하는 '지역정원제'도 효과 "교육과정·동료의식·위약금·의무조건 등이 지역 정주 끌어내"

일본판 공공의대 '자치의대', "지역 의사 양성에 가장 효과적"
히로시마대 교수팀 연구 결과…"자치의대 출신 72%, 비수도권 근무"
지역인재전형 통해 졸업생 지역 정주 유도하는 '지역정원제'도 효과
"교육과정·동료의식·위약금·의무조건 등이 지역 정주 끌어내"

일본판 공공의대 '자치의대', "지역 의사 양성에 가장 효과적"
일본 도치기현 시모츠케에 위치한 '자치의과대학' [자치의과대학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일본이 지역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다양한 의학교육 제도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자치(自治)의과대학'의 효과성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본 히로시마 대학에서 지역의료체계를 연구하는 마쓰모토 미사토시 교수팀은 '자치의대'와 일반의대 '지역정원제' 출신으로 2014∼2019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사 2천454명의 근무지 등을 분석한 결과를 '일본의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정책'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오래전부터 지역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의학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자치의대'인데, 이는 일본 정부가 농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일할 의사를 배출할 목적으로 광역자치단체인 도도부현과 협력해 1972년에 설립한 특수의과대학이다.

자치의대 학생은 6년간의 교육과정 동안 출신 지자체에서 장학금을 받는다. 대신 졸업 후 지자체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9년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 복무 의무를 지키지 않는 졸업생은 장학금과 이자를 일시불로 갚아야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공의대'가 일본의 자치의대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판 공공의대 '자치의대', "지역 의사 양성에 가장 효과적"
일본의 한 종합병원 대기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일본의 의대에는 졸업 후 지역에서 일할 뜻이 있는 학생을 지원하는 '지역정원제'도 있다.

지역정원제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에 입학한 학생에게 9년간의 지역 의무 근무를 조건으로 장학금을 주는 '지역할당+장학금' 유형과,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했을 뿐 복무 의무나 장학금 지급 조건이 없는 '지역할당' 유형, 일반전형으로 의대에 들어온 학생에게 지역 근무를 조건으로 장학금을 주는 '장학금' 유형 등으로 나뉜다.

연구 결과 의사 면허 취득 1년 후 지역 의무 복무 이행률은 자치의대 졸업생이 97.5%로 가장 높았다. '지역할당+장학금' 유형은 89.9%, '장학금'은 80.6%였다.

졸업생의 근무지를 인구밀도를 기준으로 5분위로 나눴을 때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1분위 지역에서 근무하는 비율도 '자치의대' 출신이 65.8%로 가장 높았다.

'지역할당+장학금' 유형은 52.3%, '장학금' 47.7%, '지역할당' 35.6%였다. 전체 의대 졸업생의 1분위 지역 근무 비율은 20.0%였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의 비율 역시 자치의대 출신이 71.6%로 가장 많았다. '장학금' 유형은 59.5%, '지역할당+장학금' 유형 57.3%, '지역할당' 유형 41.4% 순이었다. 전체 의대 졸업생은 40.5%였다.

연구팀은 자치의대와 지역정원제가 지역 의사 인력 확보에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효과성은 '자치의대'가 가장 컸고, '지역할당+장학금', '장학금', '지역할당' 유형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 교육 프로그램 ▲ 동료의식 ▲ 위약금 ▲ 의무 조건 등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지역의사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자치의대는 일반의대에 비해 교육 과정에 '지역의료'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하는데, 이것이 자치의대 출신 의사가 지역 근무를 선택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일본판 공공의대 '자치의대', "지역 의사 양성에 가장 효과적"
의대정원 확대…지방의료 개선될까 의대정원 확대…지방의료 개선될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일 오후 부산 동아대학교 병원이 붐비고 있다.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증원분을) 집중 배정한다"며 "추후 의사인력 수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검토·조정해 합리적으로 수급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2024.2.6 handbrother@yna.co.kr (끝)

또 모든 자치의대 학생은 졸업 후 일정기간 농촌 등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형성된 동료의식이 지역 근무에 대한 동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봤다.

의무 복무 계약 위반에 따른 반환금의 차이도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의대생의 경우 계약 조건을 어기면 2천300만 엔(약 2억540만원)을 일시에 반환해야 한다. 지역정원제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평균적으로 1천290만 엔(약 1억1천500만원)을 갚으면 된다.

의무 조건의 강도도 다르다. 자치의대 학생은 졸업 후 5년간 출신 지역의 농촌지역에서 일해야 하며, 의무 복무 시작 시기를 연기할 수 없다.
지역정원제 출신은 농촌에서 4년간 일하고, 복무 시작 시기를 미룰 수 있다.

연구팀은 "지역의사를 배출하기 위한 일본의 의학교육 정책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교육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과 의무 강도 등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었다"며 "이 연구가 한국 등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려는 국가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역의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장학금·수련비용·거주비용을 지원받은 의사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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