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전성기 쇼와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
10~20대, 부모 세대의 쇼와 문화 소비
'잃어버린 30년' 그 이전 영광의 시대로
아사쿠사 하나야시키(도쿄도 다이토구)
【도쿄=김경민 특파원】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 일본에서 사용된 연호인 '쇼와'(昭和). 한국에는 일제강점기 등 여러모로 아픔이 많은 시대였지만, 일본의 최전성기는 바로 이 때인 쇼와 시대였습니다. 이 시기 일본은 전쟁을 통해 '제국'을 건설했고,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했었죠.
일본에는 쇼와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낡은 세대'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옛날 사람같다'는 의미의 '쇼와적이다'라는 말을 자주 썼습니다.
그런데 요즘 복고와 레트로가 전 세계적인 유행을 타면서 일본에서는 이런 흐름에 맞춰 '쇼와' 시대가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980~1990년대, 밀레니엄 문화가 10~20대 젊은이들 사이 유행인 것처럼 일본에서도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문화가 다시 소비되고 있는 것이죠.
활기찬 상점가, 유원지와 추억의 학교, 가족이 모이는 다실 등 쇼와 시대의 명소와 문화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젊은층에게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고 하네요.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최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서는 쇼와 시대 추천 명소 10선을 선정했는데요. 그 중 몇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아사쿠사 하나야시키(도쿄도 다이토구)
1위 아사쿠사 하나야시키(도쿄도 다이토구)
쇼와 시대 명소 1위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유명한 아사쿠사 센소시 인근의 유원지입니다. 1953년(쇼와 28년)에 운행을 시작한 롤러코스터는 일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롤러코스터라고 합니다. 작은 규모지만 건물 바로 옆을 지나기 때문에 스릴이 가득합니다. 정상에서는 도쿄에서 가장 높은 스카이 트리와 센소지 사원을 내려다 볼 수 있어요. 물 위를 우아하게 회전하는 백조 놀이기구를 포함해 약 20개의 어트랙션이 있습니다. 격렬한 어트랙션은 거의 없고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놀 수 있을 정도의 가족 공원 콘셉트입니다. 주변에는 쇼와 시대의 분위기를 간직한 아사쿠사 상점가가 늘어서 있고요.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상점가를 산책하는 관광객들이 많아 마치 쇼와 시대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1)정상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어른 1인당 요금:1200엔 (3)아사쿠사역에서 도보 3분
쇼와 로만 창고(오이타 현 분고타카타시)
2위 쇼와 로만창고(오이타현 분고타카타시)
이 곳은 1935년(쇼와 10년)에 3개의 쌀 창고를 개조한 박물관이에요. '쇼와 유메마치 산초메칸'은 쇼와 학교의 교실을 재현한 곳인데요. 당시 학교 급식용 오르간과 쟁반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과자 가게의 꿈의 박물관'에는 과자 가게 책임자인 코미야 히로노부가 수집한 장난감이 전시돼 있고요. 캐러멜과 함께 제공되는 자동차 장난감과 피규어를 포함해 20만점 이상의 컬렉션은 일본에서 가장 큰 컬렉션 중 하나라고 합니다. 주변에는 쇼와 시대를 연상시키는 가게가 있고, 주말에는 보닛 버스 '쇼와 로만'도 운행되고 있습니다.
(1)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과자 가게 드림 뮤지엄 및 팀 실험실 갤러리 쇼와노쵸에서 1000엔 (3)오코 호쿠부 버스 분고타카타 버스 터미널 하차
마운틴 스테이션 쇼와 스쿨(이와테 현 하나마키시)
5위 마운틴 스테이션 쇼와 스쿨 (이와테현 하나마키시)
이 곳은 버려진 초등학교 전체를 활용해 쇼와 시절을 재현한 곳이에요. 이 곳을 만든 테루이 마사카츠씨는 쇼와 30, 40년대의 잡화를 아직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전시된 20만점 이상의 품목은 그가 직접 상점가를 방문해 20년 이상 구매한 것들이라고 해요. 직접 방문해보면 한 개인이 이렇게 많은 물건을 모았다는 것에 경의로울 정도라고 하네요. 쇼와 시대의 과자 가게, 카메라 가게, 담배 가게 등을 재현돼 당시의 상품이 줄지어 있고, 이와테현 외에서 온 젊은 남녀들이 옛날 냄새 물씬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끊임없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라고 합니다.
(1)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2)600엔 (3)JR 하나마키역에서 버스로 27분
철도 박물관(사이타마시)
6위 철도 박물관 (사이타마시)
철도 매니아가 많기로 소문난 일본. 그 중 이 곳은 일본에서 가장 큰 철도 박물관 중 하나라고 해요. 우에노와 센다이를 잇는 특급 '히바리'(종달새)로 인기를 끌었던 485계와 최초의 상용화 신칸센 0계 등 JNR 시대의 귀중한 철도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열차에 직접 탑승할 수 있는데요. 다들 현역에서는 은퇴했지만 실제로 운행됐던 차량들이기 때문에 쇼와와 레이와 시대 사이 크게 바뀐 일본 철도의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해요.
(1)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1330엔 (3)신셔틀철도박물관(다이세이)역에서 도보 1분
신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요코하마시)
9위 신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요코하마시)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닛신 식품의 '치킨 라멘'은 1958년(쇼와 33년)에 탄생했어요. 이 곳은 지하에 펼쳐지는 바 거리를 모티브로 한 공간인데요. 구마모토 시내의 '코무라사키' 등 각지의 유명 레스토랑의 라멘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옛날 전화 부스와 스쿠터가 늘어선 뒷골목은 쇼와 분위기를 제대로 내고 있으며 사탕 가게 등 포토 스팟도 많은 곳이라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쇼와 시대에 인기였던 생크림과 체리를 곁들인 푸딩, 튀긴 빵, 과자 등 쇼와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먹거리도 사먹을 수 있어요.
(1)운영시간은 매일 상황에 따라 변동 (2)450엔 (3)JR 신요코하마역에서 도보 5분
이밖에 10위권에는
3위 마쓰도시박물관(지바현 마쓰도시)
4위 세이부엔 유엔치(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
7위 도키와소 만화 박물관(도쿄도 도시마구)
8위 카츠시카 시바마타 토라 기념관(도쿄도 카츠시카구)
10위 히바 다카야마 레트로 뮤지엄 (기후현 다카야마시)
잘 나갔던 쇼와 시대의 향수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 이끄는 일본 제국 해군 전력을 단숨에 모두 잃고 제공권까지 뺏긴 후 결국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맞으며 완벽하게 패전했습니다. 일본은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더글러스 맥아더의 군대에게 지배받는 연합군사령부(GHQ) 체제에 들어서게 됐었죠.
이후 일본은 6.25 전쟁, 베트남 전쟁 등 냉전 시기에 지리적 이점과 생산력 덕분에 호기를 잘 잡았습니다. 일본은 패전국임에도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빠른 속도로 재기하는데 성공했죠. 한국전쟁 도중인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국가의 지위를 회복하고 미·일동맹을 맺은 일본은 군사기지로 적극 활용돼 많은 무기를 생산했습니다.
무기 생산으로 6.25 전쟁, 베트남 전쟁 당시 수 많은 무기와 군수 물품들을 대거 팔아넘길 수 있었죠. 전쟁으로 망한 일본은 또 다시 주변국 전쟁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 성공적 재기를 1964 도쿄 올림픽, 1970 오사카 엑스포 등을 개최하며 전 세계에 보여주었죠.
1980년대에는 소련을 제치고 미국 다음 가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고, 미국마저도 잠시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시기의 호황 덕분에 현재의 일본이 아직도 경제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쇼와 시대의 후반부가 일본 입장에서는 영광의 시대였던 겁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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