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집단 진료 거부 등 총파업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파업을 막겠다면서 강 대 강 대응을 예고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사태의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입장차가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협 설문조사 88.2% "파업 참여"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집행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전날 밤 9시부터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시작해 이튿날 오전 1시쯤 마쳤지만 집단 행동 계획 등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대전협이 전국 수련병원 140여곳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2%가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면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정부로부터 업무 개시 명령을 받지 않기 위해 단체 사직서 제출 등이 거론됐다.
정부는 의대증원에 반발한 단체행동 등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각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함께 각 수련병원에 3~5명으로 꾸린 전담팀을 배치해 전공의 근무 상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경찰도 배치했다. 업무 개시 명령을 위반할 경우 의사면허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단체행동에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이지만,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이달 말 병원과의 수련계약서 갱신을 거부하거나 사직 의사를 밝힐 가능성은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이날 의대증원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의대 대표자 회의를 열 예정이다. 2020년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와 동맹휴학 투쟁을 했다.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단체행동을 논의했던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13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의료계 내부도 '갑론을박'
의료계 내부에서는 단체 행동의 정당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국가 소속 병원의 원장을 역임했던 A씨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는 개인적으로 맞다고 본다"면서도 "정부가 의료계와 어떠한 상의도 없이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금은 문제는 필수, 응급 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율이 낮는 것이 핵심인데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전혀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총파업 같은 강경책은 결과적으로 의료계에 안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피부과에서 근무하는 B씨는 "의료계와 상의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의사는 소신있게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며 "매년 300명씩 정원을 늘리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하는데 갑자기 2000명을 늘리면 반발이 없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위 '빅5'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C씨는 "의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국민건강이 좋아진다고 여기는 것은 일종의 사기"라면서 "불필요한 시술이 많아지고 과대 광고로 환자를 모으는 병원도 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필수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실손보험 등 의대 정원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다. 내부에서 사직서 제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참여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의 집단행동 예고에 대해 정부가 전방위 사전 대응에 나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정부를 향한 비판은 자유롭게 하시기 바란다. 국민 앞에서 토론도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집단휴진, 집단 사직 또는 집단 연가 등 환자의 생명을 도구 삼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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