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홍진기 교수팀, 쌀에 붙인 배양육 개발
일반쌀보다 단백질 8%, 지방 7% 더 많이 함유
축산활동보다 탄소배출량 8분의 1 줄일 수 있어
쇠고기 ㎏당 2만원 대비 쇠고기 쌀은 약 3000원
연세대 홍진기 교수팀이 쌀에 소의 줄기세포를 붙여 새로운 배양육을 개발했다. 사진은 쇠고기 쌀로 밥을 지은 모습. 연세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쌀에 소의 줄기세포를 붙여 쇠고기 쌀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배양육이 개발됐지만 곡물을 지지체로 이용한 방법은 세계 최초다. 특히 쌀에 배양한 쇠고기는 가축을 직접 길러 얻는 고기보다 탄소 배출량이 8분의 1 정도여서 국가적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쇠고기 쌀은 지금까지 알려진 실험실에서 키운 배양육이나 귀뚜라미, 메뚜기 등으로 얻어낼 수 있는 단백질을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일반 쌀보다 단백질 8%, 지방 7% 더 높아
연세대 홍진기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쇠고기 쌀을 개발해 15일(한국시간) 학술지 '매터(Matter)'에 공개했다. 쇠고기 쌀 개발에 참여한 존스홉킨스 대학의 박소현 박사후연구원은 "쌀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양분이 많지만 가축 세포를 추가하면 더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쇠고기 쌀은 일반 쌀보다 단백질이 8%, 지방이 7% 더 많았다. 이 쇠고기 쌀로 만든 밥은 근육과 지방 함량의 정도에 따라 쇠고기나 아몬드 냄새, 크림과 버터 냄새가 났다. 박소현 박사는 "단백질 100g이 함유된 쇠고기 쌀을 만들때 이산화탄소 6.27㎏이 배출되지만 축산으로 얻은 쇠고기는 49.89㎏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홍진기 교수에 따르면 배양육을 만들때 가장 중요한 요인을 4가지로 꼽을 수 있다. 사용할 세포의 종류와 배양액의 종류, 세포를 키울때 사용하는 지지체 그리고 어떻게 식품으로 가공할지 등이다.
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포들을 감싸고 입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지체가 있어야 한다. 연구진은 소의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기 위한 지지체 후보군을 탐색하던 중 쌀을 주목했다. 홍 교수는 "살아있는 소의 세포를 채취해 따로 키우면 잘 자라지 않는데 쌀에서 정말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험실 접시 안에는 소의 줄기세포가 쌀에 달라붙어 성장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kg당 쇠고기 2만원...쇠고기쌀 3000원
쌀은 세포가 구석구석 들어가 성장할 수 있는 매우 미세한 구멍이 있어 세포를 키우는데 이상적으로 조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쌀에는 소 줄기세포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어 매우 이상적인 지지체다.
연구진은 우선 세포가 쌀에 더 잘 달라붙도록 하기 위해 생선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코팅했다. 소 근육과 지방 줄기세포를 이 쌀에 파종한 후 실험실 접시에서 9~11일 동안 배양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쇠고기 쌀은 식품 안전 요건을 충족하고 식품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낮은 성분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쇠고기 쌀이 식용으로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밥을 지어 영양가, 냄새, 질감 등 다양한 분석을 진행했다. 그결과, 쇠고기 쌀은 일반 쌀처럼 밥을 지었을때 찰지거나 끈적이고 부드럽지 않고, 더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웠다. 또 근육 함량이 높은 쇠고기 쌀은 쇠고기나 아몬드와 같은 냄새가 났으며, 지방 함량이 높은 것은 크림, 버터 및 코코넛 오일 냄새가 났다.
박소현 박사는 "쇠고기가 ㎏당 2만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쇠고기 쌀 배양이 상용화된다면 쇠고기 쌀은 ㎏당 약 3000원이 될 수 있다"면서 "이 쇠고기 쌀은 향후 기근을 위한 식량 구호, 군사 배급, 심지어 우주 식량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쇠고기쌀이 식품 안전 위험성이 낮고 생산 공정도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들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개발에 힘입어 쌀에서 성장하는 근육과 지방이 더 많아지도록 하기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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