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선 대통령 선거 치르는 푸틴, 美 차기 대통령으로 바이든 선호
"더 경험 있고 예측가능한 구식 정치인"
고령의 바이든 둘러싼 건강 이상설에 대해 "나는 못 봤다"
트럼프의 나토 발언에 대해서는 "트럼프만의 논리가 있다"
지난 2021년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다음달 대선에서 5선을 노리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양당 대선 주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과거 친분이 있다고 밝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낫다고 평가했다.
미 AP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로씨야1 방송 인터뷰에서 차기 미 대통령이 누가 되어야 러시아에 이롭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푸틴은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푸틴은 “바이든은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 가능한 인물이며 구식 정치인”이라며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떠한 미국 대통령과도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은 아직 대선후보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올해 대선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그는 82세에 취임해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푸틴은 바이든의 건강 문제에 대해 묻자 “나는 의사가 아니고 그런 문제는 내가 대답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미국의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기밀 문건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치면서 바이든의 기억력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바이든을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묘사했다. 이와 관련해 미하일 포포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서기는 14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무기 관리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세계적인 재앙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 질문은 오늘날 더욱 크고 시급하게 들린다"면서 "특히 최근 바이든의 기밀 유출 의혹을 조사한 특검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난 2021년 6월에 스위스에서 바이든과 만났다고 말했다. 푸틴은 “바이든이 업무 능력을 잃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은 자신의 서류를 엿보곤 했지만 나도 그랬다. 별 것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푸틴은 바이든의 러시아 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현재 미국 정부의 입장은 심각하게 결함이 있고 잘못되었다. 나는 이를 바이든에게 이미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트럼프 재임 시절 그와 각별한 친분을 나타냈던 푸틴은 지난 8일 공개된 미 언론인과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를 언급했다. 당시 푸틴은 "트럼프와 친한 관계를 맺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는 10일 선거 유세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난하며 나토 회원국들이 약속한 방위비 분담금(국내총생산 대비 2%)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회원국을 침공한다면 도와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가 그렇게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트럼프의 해당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동맹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의 관점에서 보면 그의 주장에는 일정한 논리가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그의 주장에 어떠한 논리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푸틴은 “유럽 국가들은 나토가 공짜로 창설된 이후 미국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역할을 이어가길 바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은 나토에 대해 “미국의 외교적 수단”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 나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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