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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기다린 日월급쟁이 신바람, 노조도 사측도 "역대급 임금 올리자"

30년 기다린 日월급쟁이 신바람, 노조도 사측도 "역대급 임금 올리자"

【도쿄=김경민 특파원 박소연 기자】 일본의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가 본격화한 가운데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사측에 기록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도 호실적과 인재 영입 경쟁 심화, 일본 정부의 요청 등의 배경으로 임금 인상을 조기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역대급 임금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30년 기다린 日샐러리맨, 역대급 인상 기대

15일 아사히신문 및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정기 승급분을 합쳐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의 인상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측에 요구한 임금 인상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도요타 노조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지지 않는 임금 인상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일본 전체에서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액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월 1만3500엔(약 12만원)을 더해 총 2만엔을 요구했다. 닛산자동차 노조 역시 기본급을 인상하는 베이스업 등을 포함해 월 1만8000엔을 요구했다. 이는 닛산의 임금 인상폭으로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호실적을 배경으로 임금 인상 여력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대기업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은 2023년 4~9월기에 8.9%로, 10년 전에 비해 1.3%p 낮아졌다.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가네코 아키히로 자동차총련 회장은 "일본 경제를 견인하는 수준으로 임금 인상을 추진했으면 한다"며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이나 거래처로 임금 인상이 확산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일본의 임금 인상 흐름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제철 노조 연합회는 기본급을 월 3만엔을 올려달라고 요청했고 JEF스틸 노조도 같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중공업, 전기, 철도 업계의 일부 노조들도 지난해보다 많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일손 부족 현상도 자연스럽게 임금을 올리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제국데이터 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정규직 부족을 느끼는 기업은 53%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아울러 기시다 후미오 내각도 지속적으로 임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아사히는 "일본제철의 인상 요구액은 약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대기업 노조들이 이처럼 강하게 임금 인상을 바라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피가 있다"고 설명했다.

30년 기다린 日월급쟁이 신바람, 노조도 사측도 "역대급 임금 올리자"

대기업은 적극 인상, 직장인 70% 중기가 관건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올해 춘투가 본격 시작된 지난 1월 노사 포럼에서 "올해는 지난해 이상의 열의를 가지고, 물가 상승 이상의 임금 인상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은 매년 봄 사측과 노조의 임금 협상인 춘투를 앞두고 기업이 선도해 올해 임금을 4% 이상 올려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닛케이는 "양측이 임금 인상률 4%를 넘는 수준에서 합의한다면, 30년간 지속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을 벗어나는 신호탄이 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춘투에서 대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3.99%였다. 게이단렌의 지침대로 올해 '4% 초과' 수준이 실현된다면 이는 1992년 이래 가장 높다.

일본 최대 노동단체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인상률이 2년 연속 3.5%를 넘으면 30여년 만이다.

노무라증권의 1월 중순 시점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이후의 임금 인상 표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약 30개다. 전년도 같은 기간 10개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대기업 중에서는 아사히맥주, 큐피가 전년을 웃도는 6% 정도의 임금 인상 방침을 밝혔다.

일본은 약 30년간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주요국의 20여년간 임금수준 변화를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비교하면 미국이 1.3배, 한국이 1.5배 증가하는 가운데 일본은 거의 성장을 멈췄다.

최근 일본은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임금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임금은 지난해 12월까지 21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닛케이는 "고물가를 극복하려면 지속가능한 임금 인상이 필수"라면서 "특히 일본 고용자 수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