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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권 '러시아 우주 핵무기' 논란, 우크라 지원용 '북풍'?

美 백악관, 러시아가 새로운 위성 공격 무기 도입했다고 확인 현지 매체들은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 올렸다고 주장 러시아는 美 정부가 우크라 지원안 압박 위해 러시아 이용한다고 주장

美 정치권 '러시아 우주 핵무기' 논란, 우크라 지원용 '북풍'?
지난 2017년 11월 28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인공위성을 탑재한 러시아 소유즈 2.1b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미국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성 무기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미 정가에 냉전 시기와 비슷한 ‘러시아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미 야당은 정부에 기밀 공개를 포함한 즉각 대응을 요구했으며 여당 쪽에서는 이미 있던 위협이라고 반응했다. 러시아는 의혹을 부인하며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러시아를 내세워 정치 공작을 벌인다고 반발했다.

러시아 새 위성 무기, 핵폭탄 탑재 의혹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정보당국을 인용해 러시아가 새로운 인공위성 공격 무기를 개발하여 배치했지만 아직 작동시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커비는 "러시아가 이러한 특정 공격 역량을 추구하는 것이 우려된다"며 "해당 역량이 어느 누구의 안전을 당장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커비는 "해당 무기는 인간을 공격하거나 지구상의 물리적 파괴를 초래하는 무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커비의 언급은 전날 공화당에서 제기한 러시아 위성 무기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오하이오주)은 성명에서 "하원 정보위원회는 14일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에 관한 정보를 모든 의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협의 실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해당 위협에 대한 기밀 지정 해제를 요구했다. 미 CNN 방송은 터너가 성명에 앞서 하원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외국의 군사 능력에 대한 긴급 사안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ABC방송을 포함한 미국 매체들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주에 인공위성 요격용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967년 발효된 외기권 우주 조약에 따르면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핵무기나 기타 대량 살상무기를 지구 궤도 및 달을 포함한 천체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 해당 조약에는 미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130개국 이상이 참여했다.

커비는 15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 배치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 역량이 외기권 우주 조약을 위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BC는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열강들이 이미 인공위성 파괴용 미사일을 운용중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위성을 지상에서 파괴하는 무기 체계는 과거 냉전 시대에 개발된 것으로 새로운 위협이라고 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의 경우 재래식 무기로 부술 수 있다며 위성을 파괴하기 위해 굳이 우주에 핵폭탄을 올려놓을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다. 미 NBC방송은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가 위성 교란용 전자 장비를 탑재한 핵추진 인공위성인지, 핵폭탄을 탑재한 인공위성인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후자라면 우주 조약 위반인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美 정치권 '러시아 우주 핵무기' 논란, 우크라 지원용 '북풍'?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민주당의 짐 하임스 하원의원(코네티컷주·가운데)이 러시아 위성 무기 관련 브리핑을 듣기 전에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우크라 도우려는 정치 계략?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14일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 언론들의 핵무기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명백하게 미 의회를 상대로 우크라 지원안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 정부가 어떤 계략을 사용할 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미국이 악의적인 날조를 하고 있다”며 주장했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에 무기와 자금을 대고 있는 미 정부는 지원 예산이 떨어지자 의회에 추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추가 예산안은 이달 겨우 상원 문턱을 넘었으나 아직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미 백악관은 일단 이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직접 접촉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커비는 문제의 러시아 무기와 관련해 기밀 해제 여부를 검토 중이었다며 터너가 이를 "유감스럽게도" 먼저 언급했다고 밝혔다.

AP에 의하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은 15일 미 의회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러시아의 새 우주 무기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열었다. 터너는 브리핑을 듣고 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모두는 바이든 정부가 이번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며 계획에 따라 대처하고 있다는 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대처에 따라 이를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짐 하임스 하원의원(코네티컷주)는 브리핑 이후 러시아의 위협이 "꽤나 정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위협은 오늘이나 내일, 다음주 혹은 다음달의 위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임스는 공화당의 터너가 이 사건을 의회에서 공론화 한 것은 존중하지만 대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임스는 "우리가 이 일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많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브리핑실 앞에 기자들을 가리켰다. 이어 "결국 이렇게 되었다"고 밝혔다.


커비 역시 터너의 공론화를 비난하며 "우리는 기밀 정보를 대중에 공개할 때 전략적이고 세심하게 의도한 방향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美 정치권 '러시아 우주 핵무기' 논란, 우크라 지원용 '북풍'?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쿠판스크-리만 방면 전선에서 한 우크라 병사가 눈을 피해 오두막에서 쉬고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