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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엔 '핼러윈 데이' 한국에는 '귀신날'이 있다고?

세시풍속 정월대보름 다음날인 오는 25일 '귀신날'
울산박물관 '귀신이 곡할 노릇' 문화행사 열어
전통 귀신(분장) 찾기 등 다양한 놀이 진행

서양엔 '핼러윈 데이' 한국에는 '귀신날'이 있다고?
"우리나라 전통 귀신을 찾아보세요" 울산박물관이 오는 25일 세시 풍속인 '귀신날'을 맞아 '귀신이 곡할 노릇' 문화행사를 연다. 박물관 내에서 전통 우리나라 귀신(분장)을 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울산박물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서양에서는 10월의 마지막날을 '핼러윈 데이' 축제를 벌인다. 고대 켈트 민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어 11월 1일은 멕시코 최대의 축제인 '죽은 자들의 날'이 펼쳐진다. 두 축제 모두 '죽은 자'라는 공통적인 핵심 요소가 있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풍속이 오래전부터 내려져 오고 있다. 바로 '귀신날'이다.

울산박물관은 정월 열 엿샛날인 오는 25일 전통 세시 풍속인 '귀신날'을 맞아 ‘귀신이 곡할 노릇’ 문화행사를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 동국세시기에 기록... 대보름 숙취 해소 목적

이번 행사는 잊혀 가는 세시 풍속인 ‘귀신날’의 존재와 의미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울산박물관에 따르면 귀신날의 유래에 대한 뚜렷한 전거는 없다. 다만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정월(正月) 월내조(月內條)에 따르면, “16일(정월 보름 다음날)은 시골 풍속에 대체로 활동하지 아니하고 나무로 만든 물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기일(忌日· 꺼리는 날)로 여긴다.”라는 말로 의한 유추 해석이 가능할 뿐이다.

구전 자료에는 정월 대보름날이면 이밥(쌀밥)을 해서 버리고 부럼도 버리기 때문에 이날 귀신이 많이 나온다고 여겨 생겼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해석은 대보름날 밤새도록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놀았기 때문에 다음날 머슴들이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이날 일을 하면 귀신에 의한 병이 들어 주인댁에 손해를 끼친다는 핑계를 대어 하루 더 놀기 위해서 생긴 날로 본다.

■ 귀신날은 집에서 쉬면서 귀신 퇴치 행위

'귀신날'은 이에 따라 귀신이 돌아다니는 날이므로 일을 하거나 남의 집에 가면 귀신이 붙어와 몸이 아프거나 우환이 생긴다고 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쉰다.

그래서 이날은 외출을 삼가는 것은 물론, 농촌에서는 산에 나무하러 가지 않고, 어촌에서는 바다에 출어(出漁)를 하지 않는다.

특히 여자들이 바깥출입을 하면 치마꼬리(또는 머리끝)에 귀신이 붙어 온다고 하여 외출을 삼가며, 또 이날 일을 하면 과부가 된다고 하여 집안에서 쉰다.

낮에는 이처럼 금기를 지키면서 집안에서 조신하게 보내지만 저녁 무렵이면 귀신의 범접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가 이루어진다. 귀신의 접근을 막는 방법에는 불에 의한 것과 놀이를 통한 주술적인 방법이 주로 행해진다.

먼저 불에 의한 방법으로는 불로 태워서 냄새와 연기를 피우는 것과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로 귀신을 퇴치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경북 지역에서 행해지는데, 저녁 해가 진 다음 대문간에서 고추씨·목화씨·삼씨·머리카락 등을 태워 귀신이 싫어하는 냄새를 피운다.

또 대나무와 뽕나무 폭죽은 타면서 나는 소리가 크기 때문에 귀신이 놀라 도망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불에 의한 귀신 퇴치 방법은 냄새와 소리로 귀신의 접근을 막을 뿐만 아니라 불로써 귀신을 소멸시키는 이중성이 있기 때문에 귀신을 쫓는 기능이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 널뛰기, 윷놀이 "소리로 귀신 물리쳐"

놀이를 통한 귀신 퇴치 방법으로는 널뛰기가 있다.

이 방법은 주로 중부·영서 지역에서 행해지는데, 널뛰기와 함께 윷놀이를 하기도 한다. 정월 열 엿샛날 저녁에 '귀신 대가리 깨뜨린다'라고 하여 널을 뛰는데, 널빤지가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땅에 닿을 때 ‘쾅’ 또는 ‘탁’ 하면서 나는 소리로 널 밑 속에 들어가 있는 귀신 대가리를 깨뜨려 소멸시킨다는 것이다.

윷놀이 또한 귀신을 퇴치하는 놀이로 여기는데 윷가락을 던지면서 나는 소리로 귀신을 부서뜨린다고 한다. 이러한 귀신 퇴치 방법은 모두 유감주술적(類感呪術的)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마다 귀신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방법 다양하다. 그러나 귀신날은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으로 우리 민속사에 존재하고 있으며, 옛 조상들은 이 귀신날에 귀신의 범접으로 생기는 모든 재액을 퇴치함으로써 한 해를 더욱 무사하게 보내고자 하는 바람을 엿볼 수 있다.

울산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진행하는 큰줄당기기(마두희)같은 큰 민속 행사를 진행하고 난 뒤 하루 휴식을 가진 것이 관련 사례인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박물관에서는 이를 근거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층 로비에는 전통 귀신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설치돼 운영된다.

2층 역사실 앞에는 오전 10시~오후 5시 귀신을 쫓아내는 벽사(辟邪)의 상징인 ‘도깨비 얼굴’을 그려보고, ‘도깨비 얼굴’이 그려진 투호놀이를 직접 만들어 보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또 울산박물관을 배회하는 전통 귀신을 찾는 행사도 열린다.
행사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다. 총 4위(位)의 전통 귀신을 찾아서 도장을 받으면, 귀신을 막아주는 팥으로 만든 간식이 제공된다. 모든 행사는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