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경기침체·공급과잉 시달리는 中, 짠물 소비에 자동차값도 내렸다 [물가 고민 깊은 글로벌경제]

中 나홀로 디플레 공포
소비부진에 물가 하락세
먹거리·생필품 연휴때도 안올라
주담대 부담 탓 "필요한 것만 사"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중국이 전반적인 경제침체와 공급과잉 속에서 가격인하와 소비부진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춘제(설) 연휴가 끝나고 19일부터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대형 마트와 상점들에서는 가격인하 표시가 붙어있는 선물세트 등 팔리지 않은 상품들이 즐비하다.

19일 CCTV 등의 언론들은 상무부의 빅데이터 모니터링을 인용, 곡물과 식용유, 돼지고기,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계란 가격 등 생활 필수 품목의 가격은 명절 전이나 연휴 기간이나 같았다고 보도했다. 야채 가격은 명절 전보다 오히려 1.2%가 떨어졌다.

전통적으로 중국 당국은 곡물, 기름, 육류, 가금류, 계란, 야채 등의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억눌러 오기는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공급과잉에 소비부진까지 겹치면서 가격하락세가 역력하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나온 1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도 5.9%나 떨어진 식품물가가 하락세를 이끌었다. 돼지고기가 17.3% 급락한 가운데 채소(-12.7%), 과일(-9.1%), 수산물(-3.4%) 등의 가격 하락이 물가 하락을 견인했다. 공급과잉 속의 소비위축이 근본적인 하락 이유이다. 컨설팅회사 상하이 JC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돼지고기 소비는 약 5400만t으로 전년 대비 약 100만t 줄었다.

0.8% 하락으로 2009년 이후 15년래 가장 폭이 컸던 1월의 CPI에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대비 2.5% 떨어져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다. 농업농촌부는 돼지고기 급락 이유로 거대 양돈기업들의 사육 규모 확대를 들었다.

베이징 시민인 류제씨(62)는 "돼지고기 가격은 2020~2021년에는 치솟았다가 또 떨어지는 등 들쑥날쑥을 거듭하고 있고, 과일 가격은 요사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10여년 전에 비하면 몇 배 올랐다"고 체감물가를 설명했다.

소득감소 우려 속에서 가성비를 따지며 저가물품을 선호하는 하향소비 현상 확산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동차 가격의 인하는 상징적이다. 대표적인 전기자동차업체 비야디(BYD)는 연간 자동차 판매량 300만대를 돌파한 탕 모델의 가격을 지난해 말 1만위안(185만원) 낮춘 24만9800위안(약 4627만원)에 팔고 있다. 테슬라도 모델3의 가격을 1만5500위안(287만원) 떨어뜨린 24만5900위안(약 4556만원)으로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에 주택담보대출 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져 있는 중국인들이 미래 불안 속에 지갑을 닫고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니면 쓰지 않는 합리적 소비, 가격을 낮춰서 사는 하향소비로 흐르고 있다.

중국 당국의 서민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교통비와 식료품 가격 지키기 정책은 이 같은 물가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요금은 10여년 전과 다름없는 각각 3위안(555원)과 2위안(370원)을 고수하고 있고 쌀 가격도 20년 전에 비해 10%가량 올랐을 뿐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