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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간첩법·반도체 규제에 외면받는 中… 외투 30년만에 최저

지난해 330억달러 전년비 80%↓
양안 긴장고조에 대만 40% 급감
대만 대륙위 "투자 다각화 때문"
美반도체 점유율 폭증, 中은 급락
인도·싱가포르·말레이도 '상승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중국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중국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33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80%나 줄어든 수준으로 1993년 275억달러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가장 정점에 올랐던 2021년 투자규모 3440억달러에 비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가외환관리국 데이터는 자금의 순 흐름을 측정하는 만큼 외국 기업의 이익 및 그들의 중국 내 사업 규모 변화를 반영한다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대중국 신규 FDI가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공개한 바 있다. 상무부 자료는 기존 외국기업들의 재투자 실적을 포함하지 않아 국가외환관리국 집계보다 변동성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중국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와 중국 당국의 반간첩법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를 하는 글로벌 기업이 잇따르고 투자를 주저하면서 투자규모가 급감한 것이다.

대표적인 리서치 업체인 미국 갤럽의 경우도 지난해 중국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반도체 분야 등과 같은 미국의 대중 규제가 엄격해지는 분야의 대중국 투자 감소도 두드러졌다.

미국 리서치 그룹인 로듐 그룹에 따르면, 2018년에 48%였던 중국의 반도체분야 투자 점유율이 2022년에 1%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조적으로 미국은 같은 기간 0%에서 37%로 올랐고,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합계 점유율도 10%에서 38%로 상승했다.

상당수의 일본 기업들은 반간첩법 시행과 내용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안으로 대부분의 신규 투자를 유예한 상태다.

대만의 대중국 투자가 40% 가까이 급감했다. 양안(중국과 대만) 간의 긴장 고조가 투자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은 이날 대만 기업의 지난해 대중국 투자가 2022년 대비 39.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 통계를 인용, 2023년 대만 기업의 대중국 투자금액은 30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에 비해 39.8% 줄어든 수준이다.


대륙위는 "지정학적 긴장, 미·중 무역전쟁, 과학기술 전쟁의 격화에 직면한 대만 기업인이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리스크의 관리를 위한 투자 다각화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주요 정책 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동결하는 한편, MLF를 통해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규모인 10억위안의 유동성을 시장에 순 공급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금융시보는 익명의 시장참여자들을 인용해 이달 중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가운데 5년물 LPR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