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비용책정·보장강화 위해
질병명·진료항목 등 표준화 필요
진료기록부 발급도 의무화해야
생체인증으로 동물등록률 확대
동물보호법 개정도 적극 나서야
반려가구 800만시대를 맞아 반려동물 관련 진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으나 펫보험 가입율은 1%대에 그치고 있어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뉴시스
"펫보험은 보장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적금 추천합니다. 제 주위에 펫보험 가입한 사람들을 못 본 것 같아요."
"다들 펫보험 보장범위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보험보다는 적금을 추천해서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병원비가 워낙 비싸니 요즘 다시 고민이 많네요."
반려가구 800만 시대를 맞았지만 소셜미디어에는 이처럼 펫보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보험업계에서도 펫보험이 활성화되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데 동의한다. 펫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진료 표준수가·진료코드 부재 및 진료부 미발급 등 펫보험 활성화를 저해하는 제도적 요인이 산재돼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합리적인 보험료 산출과 보장 강화를 위해 질병명·진료행위 명칭 및 코드 표준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의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진료코드 부재 등 제도적 기반 미흡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각 동물병원은 동일한 반려동물 질병에 대해 상이한 질병명칭 및 진료항목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때문에 병원별로 진료비 차이가 크고, 동물 진료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게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가입자 요구를 충족할 다양한 상품 출시를 위해 국내·외 통계를 활용해 요율을 세분화해야 하지만, 현재 보험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요율은 치료비의 입·통원 구분도 없는 상황"이라며 "동물 진료비 정보가 불투명하고, 반려동물 진료비 데이터의 양과 질이 충분치 않아 보험사들이 상품개발에 필요한 데이터·통계의 확보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질병명, 진료행위의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하고, 이에 대한 동물병원의 사용의무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과제는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다. 현행 수의사법상 수의사는 동물 진료 후 진료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으며, 반려동물 보호자의 발급요청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에 동물 진료 시 수의사가 진료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어 일부 보험가입자는 보험금 청구시 카드 영수증을 보험사로 전송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들 또한 진료 내용 없이 카드 이용 금액만 적힌 영수증으로 인해 적정 보험금 지급을 위한 손해사정 등 위험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물병원 진료부 발급이 의무화되면 진료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지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 시 진료비용을 확인할 수 있어 합리적인 손해사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수의사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이미 7개 법안이 계류 중인데 조속한 법안 심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진료비 대한 불신 걷어야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다.
우선 반려동물 등록제도는 2008년 도입됐으나 2022년 기준으로도 등록률이 38%에 그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조한 동물등록률 탓에 보험 가입 시 반려동물의 특정이 어려워 펫보험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견 동물등록을 한 양육자는 76.4%로 전년(77.0%) 대비 0.6%p 감소했다. '등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동물등록 제도를 알지 못해서', '동물등록 방법 및 절차가 복잡해서' 등이 주 요인으로 분석됐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동물등록률이 저조해 보험가입 시 반려동물의 특정이 어렵다"며 "보험 하나로 여러 마리의 반려견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현재 시범사업 중인 반려동물 안면·비문인식 등록제도의 실효성을 분석하고 생체인증 활성화 위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동물등록법상 반려견 등록시 내·외장형 무선식별장치만 허용되나 비문, 홍채 등 생체인식·등록 이용시 반려인의 거부감이 적고, 저렴한 비용, 편리한 방식으로 현재의 낮은 등록률 해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동물병원 진료비용에 대한 공개제도 역시 좀더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의사법 개정에 따른 동물병원 내 진료비 게시 제도 시행에 따라 지난해부터 동물병원의 진료비 현황을 조사·공개해왔다. 진료비 게시대상 11개 항목에 대해 지역별 비용을 공개했으나 개별 병원의 비용은 알 수 없어 소비자 알권리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해당 동물병원의 진료비 수준을 명확히 확인·비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yesji@fnnews.com 김예지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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