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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병상 줄고 수술 취소… "암 커지면 어떡해" 환자들 발동동[현장르포]

의사 vs 정부 강대강 대치
하루 빠른 파업에 비상체제 돌입
진료축소 등 업무공백 피해 속출
다른 의료직 부담 가중도 심각
의사들, 전공의 파업 두둔 고수

세브란스병원, 병상 줄고 수술 취소… "암 커지면 어떡해" 환자들 발동동[현장르포]
19일 오후 1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가 방문객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수술이 취소됐고 병상은 줄었다. 환자들은 불안에 빠졌다. 전공의들이 20일 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하루 앞서 19일부터 업무를 중단했다. 세브란스 병원은 지난 16일 '수술실 운영 관련 공지'를 냈다. 마취통증의학과가 평소 대비 50% 미만으로 수술실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실상 평시 대비 수술 일정이 반토막 난다는 의미다.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은 겉보기에 평온해 보였다. 당초 교수들이 직접 외래진료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았다. 전공의가 관리하는 병동이나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수심이 가득했다. 전원된 환자,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불안하다는 목소리를 들려줬다.

■"4년 전에도 의사파업 겪었는데"

이날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온 백남진씨(55)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사 파업 당시 담낭암으로 수술을 받고 예정보다 이르게 퇴원했다. 현재는 암이 복막으로 전이됐는데 전공의 파업이 겹쳤다. 백씨는 "혹시라도 검사 결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큰일"이라며 "수술이 한두달씩 밀리면 그동안 암세포가 더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동 축소에 대한 불안도 표했다. "빅5 병원처럼 큰 병원에 오는 환자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중증환자가 많을 것"이라며 "입원 못하고 매번 진료를 받으러 오면 많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초 후두 미세수술(성대 폴립)을 앞두고 있는 환자도 있다. 이 환자는 지방에서 올라와 진료를 받는 케이스다.

환자 보호자 고모씨(51)는 "2월 초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사태가 터지니까 일찍 받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며 "지방에서 올라와야 하니까 개인 일정을 고려해 4월로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날짜가 밀릴까 봐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원된 뒤 치료를 받으러 다시 방문한 환자도 있었다. 40대 초반 이모씨는 편도암 4기로 약 2개월 전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입원해 있었다. 고열이 있고 염증 수치가 높아 재발 위험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병동 운영이 축소되면서 그는 전날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백씨는 "병동에서 중증환자 아니면 웬만한 사람은 다 나갔다"며 "내가 있던 종양내과 병동은 많이 내보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라면 입원병동에서 1~2분 만에 내려와 진료를 받을 텐데 이젠 왕복 1시간이 걸린다"고 호소했다.

■간호사들 "우리도 고충 늘어"

20일부터는 세브란스병원 외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전공의들도 파업에 나선다. 파업으로 업무공백이 생긴 5개 병원의 간호사들도 고충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빅5 병원 가운데 한 곳에 소속된 7년차 간호사 A씨는 "전공의가 부족해지면서 간호사와 다른 의료직들이 사실상 환자나 가족들의 불만을 떠맡았다"면서 "간호사들이 환자 보호자들에게 연락해 수술 지연 또는 취소를 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로 인한 불만은 연락한 간호사들이 다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여전히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전공의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하는 연세대 의대 교수 B씨는 "전공의들의 파업을 단순 밥그릇 싸움이라 보기는 어렵다"면서 "당장 국민 불편이 눈에 띄지만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다가올 국민의 피해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