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입고, 먹고 싶은 것 참으며 버틴 생애 첫 목돈 1300만원 뿌듯하죠"

2022년 2월 출시된 청년희망적금 만기 도래 매달 50만원 넣어 1300만원 손에 쉰 청년들 "저축습관 만들었다" 뿌듯함 5년간 5000만원 만드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은 고심 "결혼, 내집마련 계획 있는데 5년 만기는 부담" "19~34세 돈 모으는 목적 다 다른데.. 다양한 만기 상품 필요" 생애주기별 맞춤형 재무관리·컨설팅 필요성도

#. "2년 동안 해지 안 하고 꾸준히 넣은 결과 뿌듯하다. 300만원은 올 여름 여행 비용으로 쓰고 남은 돈은 예금에 넣을 예정이다"
#. "50만원씩 2년간 넣으면 중고차 한 대는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달 넣었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1300만원이 모인 것을 보고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타 한 번 더 버텨보기로 했다"
"입고, 먹고 싶은 것 참으며 버틴 생애 첫 목돈 1300만원 뿌듯하죠"
금융위원회가 5년간 매월 70만 원씩 납입하면 최대 5,000만 원까지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을 오늘(3일)부터 14일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3일 서울 중구 T타워 내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3.07.03. 사진=뉴시스

■2년간 1200만원 저축한 청년들 "생애 첫 만기, 뿌듯하죠"

20일 파이낸셜뉴스가 청년희망적금 만기를 앞둔 20·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매달 저축한 보람이 있다"며 생애 첫 목돈 마련에 성공한 뿌듯함을 전했다.

만기를 일주일 앞둔 3년차 직장인 A씨(28)는 "실질 연이율이 9~10%대라고 유명세를 탔다. 은행 특판이 많이 나왔지만 9%대 적금은 보기 어려웠다"며 "비슷한 상품이 있었지만 청년희망적금 월 납입한도가 제일 커서 선택한 결과 첫 적금을 해지 없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년희망적금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2월 출시된 청년자산형성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이다. 2년간 매달 50만원 한도로 납입하면 정부의 지원금과 은행 우대금리를 합쳐 연 10% 안팎의 이자 수익을 낸다.

2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50만원을 넣은 직장인 B씨(30)는 만기 도래시 1311만9811원을 받게 된다. 1200만원 원금에 총 112만원 가량의 정부 지원금·은행 추가이자를 받은 결과다.

청년희망적금은 누적 가입자 289만명 중 지난해 말까지 86만명이 중도해지했다. 중도해지율이 높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약 200만명의 청년이 2년간 적금을 유지해 만기가 도래한 것이다.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다는 2030세대의 또다른 초상이다. 청년들이 2년 만기를 채운 이유는 크게 △타 예적금 상품에 비해 높은 금리 △비과세에 저축장려금 등 정부의 적극적 홍보로 요약된다. B씨는 "저축은행조차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굳이 갈아탈 동기가 없었다"면서 "증시도 큰 호황이 아니라서 적금을 깨면서까지 주식시장에 투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C씨(30)는 "정부가 비과세에 저축장려금까지 지원한다고 홍보를 잘한 것 같다"라며 "중도해지하면 손해라는 느낌이 커서 끝까지 유지했다"고 밝혔다.

■목돈 쥐고 고민하는 청년들...'생애주기 맞춤형' 지원 필요
목돈을 쥐게 된 청년들은 이 돈을 어디에 넣을지, 어떻게 쓸지 고민 중이다. 어디에 쓸 것인지 묻자 "지금 예금금리는 어떠냐" "믿을만한 투자처나 상품 알고 있냐"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5년간 매달 70만원씩 납입하면 정부 지원금·이자를 더해 5000만원을 만들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에 대해서는 가입을 망설이는 청년들이 많았다. 로펌 변호사인 D씨(32)는 "회사 경력이 쌓이면서 소득이 오르기도 했고 3~5년 내로 결혼할 계획이라 5년 동안 돈이 묶이는 것이 부담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가 혼인, 출산의 사유로 중도해지할 경우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고 했지만 '5년'이라는 만기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B씨는 "향후 주택 구입이나 결혼 계획이 아예 없지는 않기 때문에 5년 만기가 좀 부담된다"며 "주식시장이 좋아지고 있어서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정책으로, 정치권은 선거 공약으로 청년자산형성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은 상품 만기를 다양화하는 등 '수요자 위주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C씨는 "19세부터 34세까지 하나로 묶이는 청년들이 같은 목적으로 목돈을 모을리는 없다. 5년 만기인 상품은 당장 결혼을 계획 중인 청년에게 적합한 상품이 아니다"라며 "청년 연령을 세분화해서 구체적인 자산형성 목적을 이룰 수 있게 정책상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인가구, 5인가구는 중위소득 180% 이하의 소득기준을 맞추기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아가 자산형성상품으로 목돈을 마련한 청년에 대한 재무컨설팅 등 애프터서비스(AS)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일회적 상품중심의 정책금융을 컨설팅 서비스로 확대해야 한다며 금융위원회에 '생애주기별 재무설계 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청년 등에게 투자관리 등을 지원하는 '생애주기별 재무설계 지원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무리한 투자보다 추가 저축을 권했다.

오경석 신한은행 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사회초년생의 자금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씨드머니를 마련하는 것이다”면서 “결혼이나 출산 등 정확한 사용처를 두고 돈을 모으기는 어렵겠지만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좋고 어렵겠지만 소비를 줄여 소득의 60~70%는 저축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