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운동권 청산이 핵심
2030세대 설득이 관건
보수부터 쇄신해야 효과
구본영 논설고문
설 연휴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부쩍 높아졌다.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가입자와 조회 수도 급증했다. 4월 총선을 지휘하는 여당 대표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일 것이다. 야당 측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시비를 걸면서 언론 노출 빈도는 더 잦아졌을 법하다.
이 같은 현상은 단기적으론 본인에게 플러스 요인일 게다. 연초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은 이를 확인시킨 무대였다. 기자 시절 정치 현장을 오래 취재했던 필자는 한동훈과 일면식도 없다. 그래서 행사장 시민들의 셀카 요청이 그에게 몰리는 걸 보고 놀랐다. 유명 야권 정치인들조차 그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었으니….
그간 그는 팩트에 기반한 '속사포 토론' 능력으로 보수층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자력 득점보다 야당 측의 헛발질에 따른 반사적 지지의 비중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설맞이 연탄나눔 봉사에 나섰던 그의 얼굴에 묻은 검댕을 콕 찍어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정치 쇼'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팩트체크를 통해 일부러 묻힌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 야당 측은 본전도 못 건졌다.
그럼에도 출범 두 달 남짓 된 '한동훈호'의 장기순항 여부는 미지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권 잠룡으로서 그의 지지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필적했다. 그러나 여당 지지도는 그의 구원등판 전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대체로 3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야권 지지층 공략은 고사하고 중도층에도 충분히 어필하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직 4월 총선 전망을 낙관하기도 어렵다.
법무장관 시절부터 그는 정교한 논리와 상황요약 능력으로 대야 설전에서 대개 우세승을 거뒀다는 평이다.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며 정제된 레토릭으로 민심에 다가서고 있기도 하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국민 대신 호명했던 '동료 시민'(my fellow citizens)을 소환한 데서 보듯이. 하지만 지지층의 외연을 확실히 넓힐 수 있을 만큼 낡은 '여의도 정치'와 차별화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야권이 집요하게 낙인 찍고 있는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 탈피도 발등의 불이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선물 논란에 대한 그의 대응은 일종의 리트머스시험지다. 사안 자체는 친북 목사가 몰래카메라를 들고 접근한 악의적 공작임이 분명하다. 다만 김 여사가 그런 사람이 주는 선물을 물리치지 않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야 "아쉽다"고 넘겼지만, 한 위원장은 약속대로 어떻게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야 할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여하히 시대정신을 담은 어젠다를 내놓느냐가 그의 리더십 성공의 관건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론을 띄우곤 했다. 1973년생으로서 X세대인 그가 세대교체 깃발을 든 셈이다. 정치판에서 30년 이상 특권을 누린 86운동권에 대한 민심의 피로감에 착안한 선택이었을 듯싶다.
그런데도 동료 시민들의 반응은 전체적으로 미지근하다. 그로선 실망스러운 결과다. X세대 중에는 86운동권 출신이 다수인 야당을 지지하는 비중이 만만찮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2030, 즉 MZ세대가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시그널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X세대와 달리 MZ세대는 탈이념·탈진영 흐름을 타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 연장선에서 그저 세대교체만 외칠 게 아니라 그들을 겨냥한 '뉴 프런티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들의 미래 불안감을 덜어줄 주거·육아 등에 대한 실행계획이 필수란 얘기다. 특히 2030의 여타 세대에 비해 '공정'에 목말라하는 특성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동훈표 세대교체론', 즉 운동권 특권 청산론이 먹히려면 보수가 먼저 쇄신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할 것이다. kby777@fnnews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