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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출, 살아났지만 내수 부진 뚜렷해”...올해 경제성장률 2.1% 유지

고금리·고물가에 내수 부진 심각해져
민간소비 증가율 1.9%에서 1.6%로 하향
건설투자도 –1.8%에서 –2.6%로 역성장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설비투자는 살아나

물가 전망 불확실성, 다소 사라진 듯
‘계속’ 아닌 ‘당분간’ 유의...문구 수정
배럴당 90달러 가면 성장률, 0.1%↓

한은 “수출, 살아났지만 내수 부진 뚜렷해”...올해 경제성장률 2.1% 유지
2월 경제전망 설명회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박경훈 모형전망팀장, 김민식 조사총괄팀장, 이지호 조사국장, 김웅 부총재보, 박창현 물가동향팀장, 윤용준 국제무역팀장.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개월 전과 동일한 2.1%로 유지했다. 다만 정보기술(IT) 경기 반등에 수출·설비투자가 개선되지만 민간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부진이 기존 전망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다소 걷어냈다. 지난해 11월에 비해 국제유가 관련 리스크가 다소 줄어들어 추가적인 공급 충격이 없다면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간다는 전망이다. 이에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1%p 낮춘 2.2%로 제시했다.

■고물가에 민간소비 대폭 하향 조정...“내수 부진 본격화”

한국은행 2024년 경제전망
성장률 전망 물가 전망
GDP 민간소비 재화수출 설비투자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2023년 11월 전망 2.1 1.9 3.3 4.1 2.6 2.3
2024년 2월 전망 2.1 1.6 4.5 4.2 2.6 2.2
(한국은행)

22일 한은은 ‘2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측하며 3개월 전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회복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으나 수출이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완만한 개선흐름을 이어간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출과 내수 간의 격차는 지난해 11월보다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한은은 국내총생산(GDP)의 50%가량을 담당하는 민간소비 증가율을 기존 1.9%에서 1.6%로 하향조정했다. 임금 상승과 물가 둔화에 가계 실질소득이 개선되지만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이 소비 개선 속도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도 부동산 경기 둔화 등 신규 착공 위축에 올해 2.6%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직전 전망치(-1.8%)보다 역성장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고금리·고물가에 내구재, 비내구재 모두 위축됐다”며 “핵심 소비연령층인 30~40대가 가계부채 증가세로 소비 제약을 받고 있는 점도 민간 소비 전망치를 낮춘 것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화수출은 지난해 11월 전망치가 올해와 내년 모두 3.3%였으나 각각 4.5%, 3.6%로 올랐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개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의 친환경·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4·4분기부터 반도체 및 항공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 조짐이 나타난 설비투자는 향후 개선될 전망이다. IT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첨단공정 투자 확대, 전기차, 2차전지, 바이오 등 친환경·신성장 산업 투자가 지속돼서다. 재화수입도 부진한 내수에도 수출, 설비투자 확대에 따라 자본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2.4%에서 2.7%로 상향 조정됐다.

다만 국내 경제의 IT 의존도는 더욱 커져 이창용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IT부문을 제외하면 1.6%로 전망된다”며 “종전 1.7%에서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가 리스크, ‘계속’ 아닌 ‘당분간’ 유의...“국제유가 변수”
한은 “수출, 살아났지만 내수 부진 뚜렷해”...올해 경제성장률 2.1% 유지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하면서도 물가 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다소 걷어냈다. 지난해 11월에는 “물가리스크에 ‘계속’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날 “‘당분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표현을 바꾼 것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3%에서 2.2%로 0.1%p 하향 조정됐다. 상반기에는 2.6%에서 2.4%로, 하반기에는 2.1%에서 2.0%로 낮아졌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불확실성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면서도 “11월에는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고, 국제유가 불안심리가 컸다”면서 “이번 전망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든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은 올해 브렌트유가 전망을 배럴당 83달러로 직전 전망(85달러)보다 낮췄다. 중동정세 불안으로 유가 변동성이 높지만 미국 등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 증산, 수요둔화 우려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한은은 “향후 물가상승률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최근 유가가 상승한 점,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일시적으로 다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추가적인 공급 충격이 없다면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기본 전망 82달러)까지 오를 경우 경제성장률이 2.0%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이 2.8%로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반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글로벌 IT 경기가 빠르게 반등할 경우 올해 국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0.2%p, 0.1%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520억달러로 전망하며 3개월 전보다 30억달러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회복 지속, 미국의 양호한 성장, 국내수요 둔화 등으로 상품수지의 흑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취업자 수는 올해 25만명으로 당초 예상(24만명)에 대체로 부합하고 실업률은 올해 2.9%로 지난해 2.7%에 비해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