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가운을 입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가 사법 조치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형사 책임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며 발생한 손해에 대한 민사소송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점검한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의 약 95%가 근무하는데, 10명 중 7명이 사표를 낸 것이다.
근무지 이탈자도 소속 전공의의 64.4%인 8024명으로, 하루 전보다 211명 늘었다. 복지부는 현장점검 중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을 밝히며 엄단을 예고한 바 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전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해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과 배후 세력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 역시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집단행동에 참여한 의사들에 대해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사업자단체가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강압이나 강요가 있으면 공정위 고발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수사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강경 대응 예고에도 여전히 의사들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무더기로 사법 조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상 책임 뿐 아니라 환자나 가족 등이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를 볼 경우 민사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일부 로펌에서는 의사들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환자나 가족에 대해 민사소송 지원 및 자문 등 법률적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과실에 해당하는지, 또 이에 따라 발생한 손해와의 인과 관계 등이 입증돼야 하기에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분명히 있겠지만, 의사들의 행동에 대한 불법성과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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