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환자도 구속도 안 무섭다…'막무가내 전공의' 8000명 넘겨 [의료계-정부 강대강 대치 심화]

복귀 거부 땐 구속수사 예고에도
사직행렬 수그러들 기미 안보여
政 "젊고 유능한 의사 부족" 주장
의협 "의료 공급 이미 넘쳐" 반박
근거로 '정년없는 평생직업' 강조

환자도 구속도 안 무섭다…'막무가내 전공의' 8000명 넘겨 [의료계-정부 강대강 대치 심화]
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 있다. 이 학교 의대생들은 96.7%가 휴학에 동참했다. 뉴스1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와 배후세력에 대해 '구속수사' 원칙까지 밝혔지만 의료현장을 떠나는 전공의는 더 늘었다. 정부가 엄정한 대응 기조를 드러내면서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사들은 오히려 반발 수위를 높이며 '강대강' 대치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탈 전공의 8000명 넘어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중 사직서 제출자와 근무지 이탈자는 각각 9275명, 8024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각각 459명, 211명 늘어났다.

근무지 이탈이 확인돼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된 전공의는 총 6038명이다. 전체 전공의의 절반가량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됐다.

지난 21일 사법당국은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와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에 대해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곁을 떠난 전공의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환자들의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7건이다. 수술지연이 44건, 진료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5건, 입원지연은 2건이다. 의료대란 수준의 혼란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황 악화는 불가피하다.

'빅5' 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로 현재 수술이 30~50%가량 대폭 축소된 상태다. 이 같은 의료공백 사태는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일반병원으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픈 상황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인식에 환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의료현장을 떠나는 전공의들의 숫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추가로 폭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수본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추가적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한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공의들이 19일 사직서를 내고 20일 출근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20일 가장 많았고, 전날인 21일 조금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사 의대증원 입장 '평행선'

의대 증원 2000명을 두고 정부와 의사들의 입장 조율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미래 추계를 고려할 때 2000명도 적다는 입장이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의사가 부족해 증원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거짓말이라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2000명을 늘려도 2035년에는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고 2000명이 아닌 1000명, 750명 수준으로 증원하면 의사인력 확충 시간이 10년 더 늦춰지게 될 것"이라며 "의사단체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로 현행대로 유지해도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2035년 인구가 1.6% 줄어도 고령인구 증가로 의료수요는 폭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의대정원이 정체되더라도 은퇴 의사보다 신규 배출 의사가 많아 의사가 늘었지만 베이비붐 세대 의사가 본격 은퇴하면 의사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진다"며 "또 병원뿐만 아니라 바이오헬스산업이나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유능한 의사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어 지금 공급구조로는 의사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협 비대위는 "정부는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이 정착된 유럽이나 한국과 완전히 다른 의료시스템을 가진 미국의 의사 수 추계 기준을 바탕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를 만들었다"며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삼은 연구의 연구자들도 당장 2000명을 증원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의사는 은퇴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아 사실상 일상생활이 가능한 연령까지는 지속적으로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어 일반 직장인보다 오래 일한다"며 "또 1980~1990년대 의대를 많이 신설해 활동의사 중 30~50대 젊은 연령 의사 수가 외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으로 많다"고 정부 입장에 반박했다.

이어 "정부는 사실 확인을 하기도 어려운 다양한 숫자들을 선택적으로 나열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제 그만 거짓말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