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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스가격, 에너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하락

[파이낸셜뉴스]
유럽 가스가격, 에너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하락
유럽 가스 가격이 에너지 위기가 시작된 2021년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관 공급 감축에 맞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을 다변화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유럽 가스 가격이 러시아가 가스 공급 축소에 나서면서 시작된 2021년 에너지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이후 위기 심화 속에 고공행진하던 가스 가격이 마침내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3년에 걸친 유럽 에너지 위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신 미국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대규모로 수입하면서 공급이 늘어난데다 평소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수년에 걸친 고에너지 비용에 따른 수요감퇴 등이 가스 가격을 끌어내렸다.

유럽의 가스비축물량이 사상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것도 가격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유럽 천연가스 기준물인 '타이틀 트랜스퍼 퍼실러티(TTF)' 가격이 이날 메가와트시(MWh)당 22.53유로까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1년 5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주간 단위로도 3주 연속 하락했다.

유럽에는 2021년부터 에너지 위기가 시작됐다. 천연가스 비축량이 대폭 줄어든데다 러시아가 유럽 가스관을 틀어 잠그면서 공급이 위축됐다.

당시 러시아는 미국의 압력 속에 유럽이 제2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2 가스관 건설을 미적거리자 이를 압박하기 위해 가스공급을 감축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2022년 여름 유럽 가스 가격은 MWh당 300유로를 돌파하며 사상최고를 찍기도 했다.

그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경제제재를 받자 그 보복으로 가스공급을 더 줄인 탓이다.

이후 유럽은 방향을 틀었다.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미국 등지에서 LNG 수입을 대폭 늘리며 수입 다변화에 나섰다.

날씨도 한 몫했다. 유럽 겨울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 난방수요가 감소하면서 에너지 소비 역시 줄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EU 천연가스 공급의 40%를 차지하던 러시아 가스는 현재 8% 수준으로 비중이 뚝 떨어졌다.

또 EU 가스 저장설비는 21일 현재 64% 이상 찼다.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거스미디어의 유럽 가스 부문 책임자 나타샤 필딩은 그러나 앞으로 유럽 가스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필딩은 유럽이 러시아 가스관을 통한 가스 대신 미국, 중동에서 LNG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하게 됐다는 뜻이라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가스가격 상승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ICIS의 글로벌 가스 분석 책임자 톰 마르첵-만세르는 2026년 카타르와 미국에서 새 LNG 공급이 개시되기 전까지는 가스 수요가 공급을 계속 앞지를 것이라면서 아직 에너지위기 종식을 선언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