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이 멕시코 불법 이민 유입을 막기 위해 캐나다를 통한 우회 입국 차단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2일 텍사스주 이글패스의 미 국경순찰대 시설에서 아이들이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
미국이 멕시코 이민 유입 증가세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캐나다에 멕시코 시민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멕시코를 통한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이 문제가 되자 미 이민 중간 경로로 부상한 캐나다를 옥죄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이하 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캐나다 이민당국에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멕시코 주민들이 캐나다를 뒷문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 행정부는 최근 이 문제가 대선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는 니키 헤일리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는 지난해 12월 뉴햄프셔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남부 국경만이 문제가 아니라면서 캐나다와 접한 북부 국경이 멕시코 이민 유입 우회경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에 멕시코 방문객들을 상대로 비자를 받아야 입국을 허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먀요르카스 국토안보부장관은 지난해 캐나다 방문 길에 미국이 이 문제를 캐나다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 도미닉 르블랑은 현재 캐나다가 멕시코 난민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비자제도를 부활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캐나다는 그러나 신중한 입장이다.
비자를 받아야 입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하면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규제가 내려지기 전 입국하려는 이들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비자제도를 부활해도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
캐나다와 미국이 비공식적인 국경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자 뉴욕주와 캐나다 퀘백주 사이의 시골길인 록샘로드(Roxham Road)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현재 캐나다는 미국 입국을 원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의 우회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미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캐나다와 마주하고 있는 미 북부 국경을 넘다가 붙잡힌 불법 이민자가 지난해 9월 마감한 2023 회계연도에 1만명을 넘어섰다. 2022 회계연도 규모의 5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이 멕시코 국적 소유자였다.
캐나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년 멕시코 난민 유입이 2배 넘게 폭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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