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4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감옥에서 의문사한지 9일째 되는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기리며 꽃을 바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의 시신을 이날 모친에게 인도했지만 비공개 장례 요구를 유족이 거부하면서 여전히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EPA연합
러시아가 감옥에서 의문사한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니발니의 시신을 그의 모친에게 인도했다. 그러나 비공개 장례 요구를 유족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교도소 지역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빌니 모친은 최근 나발니가 감옥에서 독살됐다면서 러시아 당국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그의 시신을 감옥 안에 매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이하 현지시간) 나발니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 나발니 시신이 모셔진 러시아 북부 도시 살레하르트 관리들이 24일 나발니 시신을 인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나발니 모친 류드밀라 나빌니와 러시아 당국간 나발니 시신 인도를 둘러싼 1주일에 걸친 갈등이 일단 해소됐다.
야르미시 대변인은 그러나 당국이 유족들에게 비공개 장례식을 종용했다면서 이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나발니 시신을 그대로 썩게 내버려두거나 감옥 마당에 묻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나발니 유족들과 지지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이 나발니 장례식을 계기로 나발니에 대한 대중들의 대대적인 지지의사가 표출될 것을 우려해 비공개 장례식을 종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야르미시는 나발니 모친이 아직 살레하르트에 남아있다면서 당국의 비공개 장례절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유족들이 당국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시신을 다시 빼앗을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다음달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현재 이번 대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해 최소 2030년까지 집권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미 나발니 지지자들을 체포하는 등 그의 의문사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를 기념하며 꽃을 놓은 시민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했고, 신원이 파악된 400명 가까이를 체포했다.
나발니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푸틴이 나발니 살해와 은폐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은 '자연사'라고 반박 중이다.
푸틴에 대해 가장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나발니는 2021년부터 러시아 감옥에 갇혀 있었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즐겨 사용하는 신경제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러시아에 돌아가자마자 감옥에 갇혔다.
한편 푸틴은 지난 10년간 나발니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단 한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다. 그의 이름조차 부른 적이 없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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