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모기지 담보 증권 구매 역사와 현황
김성수 세인트 클라우드 주립대학교 부교수
MBS 모기지를 정부 산하기관에 매도
2차시장에 넘겨져 투자자에 파는 상품
상업은행 자금 확보에 효율적 시스템
서브프라임 사태로 붕괴, 부정적 평가
구조적인 문제보단 악용한 기업 탓 커
안정 위해 FOMC가 1차 대규모 매수
▲김성수 교수는 현재 미국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학교, 허버거경영대학에서 파이낸스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네소타 부동산 석좌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학계에선 김 교수는 'Journal of Finance Issues'의 부편집장이며 미국 남서부 재무학회(Southwestern Finance Association) 이사회 이사진이다.
미국 연방중앙은행(연준)이 국채를 사들여서 채권 수익률을 내리는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을 쓴 지는 오래됐다. 1920년대부터 이 정책은 화폐 공급을 늘려 현금 유동성을 증진키 위한 방도로 쓰였다.
그러나 일명 모기지담보증권(MBS·mortgage-backed security) 구매는 2009년 경기 대침체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에 연준은 주택 및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량의 MBS를 사들였다.
MBS라는 것은 무슨 상품일까. MBS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모기지를 상업은행들이 정부 후원기관인 패니매나 프레디맥, 아니면 정부기관인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 산하기관인 지니매에 팔아 2차시장으로 넘겨져 투자자들에게 팔리는 상품을 두고 말한다.
이와 같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정부 후원기관(GSE)들을 거쳐 팔리는 MBS들을 일명 에이전시 MBS(Agency MBS)라고 부른다. MBS는 대출상품이라서 채권과 매우 흡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채권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 대출자가 대출금을 매달 갚을 때마다 중간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통과해(pass-through), 2차시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 모기지 주인에게 쿠폰(coupon)과 같이 전달된다.
MBS는 일반인, 자영업자, 기업 등의 대출금을 묶어놓은 상품이다. 그러나 주식이나 채권 아니면 모기지담보부증권(CMO), 부채담보부증권(CDO),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으로도 다시 상품화돼서 시장에서 팔리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모기지를 묶고 모기지의 이자율, 만기까지 남은 기간 및 모기지 품질(대출자의 지급능력)에 따라 그룹 서열을 매겨 상위 서열의 소유자가 먼저 지급되고 대출자의 대출금 조기 지급으로 인해 손해가 생기면 그 밑 서열에서 그 적자를 메꾸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실물경제의 모기지를 2차시장으로 넘기는 것은 상당히 효율적이면서도 사회적 측면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집 마련 혜택을 줄 수 있어 좋은 시스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상업은행들이 대출금을 2차시장으로 팔아넘기면 새로 다른 대출자에게 대출할 수 있는 자금을 바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붕괴되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는 이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급능력이 없었던 대출자나 이 시스템을 악용한 상업·투자 은행들이나 보험회사들이 문제였다고 보는 게 더 마땅하다.
이 시스템이 무너졌을 당시 연방중앙은행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08년 11월 25일에 5억달러 규모의 매입을 공표하고 2009년 1월 5일부터 에이전시 MBS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후로 2009년 3월 18일 추가로 750억달러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발표, 총 1조2500억달러어치를 구매해 주택·모기지 시장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이 두 번의 전례 없던 에이전시 MBS 구입으로 인해 차차 가계 지출규모는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연방준비제도는 2008년에서 2010년까지의 정책기를 1차 대규모 자산매수 기간이라고 명했다. 이 정책기는 MBS 자산으로 봤을 때 자산 양적완화(QE)의 정책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정책기를 거친 미국은 이젠 국채뿐 아니라 MBS도 화폐공급을 늘려 시장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MBS를 구입하면 어떻게 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가.
원리는 국채를 구입하는 경로와 비슷하다. 미국 연방중앙은행이 MBS를 시장에서 구입하면 시장의 화폐공급을 늘려 시장이 재활하는 데 이용된다. MBS의 경우 대부분의 미국 주택담보대출 상품들의 만기가 30년이기에 장기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장기자산을 연준이 다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실물경제에서는 상당부분 듀레이션에 의한 리스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은행들은 대출자의 채무 불이행에 의한 신용부도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 나아가 MBS 구입을 통한 통화정책은 이자율을 낮춰 실물경제의 유동현금을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한마디로 시장 붕괴를 막고 고치는 특효약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부 논문들은 이런 정부의 화폐공급이 민간부문 투자를 위축시키며 밀어낸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만일 정부가 직접 경제에 참견해 직접투자를 강행한다면 이는 민간부문의 투자를 밀어내는 결과는 낳을 수 있지만 화폐공급량 증가와는 별개다. 이 두 정책들 또한 이름이 다른데 화폐공급량을 늘리거나 줄여서 이자율을 조정하는 정책은 통화정책이라고 부르고, 정부의 민간경제 직접투자 및 세율을 낮추거나 높여 이자율을 조정하는 정책은 재정정책이라고 부른다.
이 두 정책의 가장 명확한 차이는 아마도 이자율의 변동인데 연준이 통화정책을 써 시장 내 유통하는 화폐량을 늘리면 이자율이 내려가는 반면 국가가 민간부문 시장에 개입하거나 세율을 낮추면 이자율은 오른다.
1차 대규모 자산매수 이후로 에이전시 MBS를 다시 한번 대량으로 구입한 적은 코로나19 전염병이 돌 때였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경기가 도로 얼어붙기 시작한 2020년에 미국 연준은 양적긴축(QT) 정책을 멈추고 도로 다시 양적완화 정책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대부분의 에이전시 MBS 구입은 2020년 3월에 이루어졌으며 역대 전례 없던 구매속도와 구매량을 보여준 정책기였다. 2020년 3월 15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공개시장거래소에 에이전시 MBS를 적어도 20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라고 지시하고, 2020년 3월 23일에 500억달러어치를 매일 구매하라고 지시했다. 그러고 나서 결국 2020년 3월 27일에 대규모 구매작전에 돌입하게 됐다.
당시 통화정책으로 인해 연준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거의 역사상 최하로 낮추고 실물경제의 유동현금을 대폭 늘려 주택 및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살리고 보호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를 통해 집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2020년 통화정책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연준이 역사상 처음으로 상업담보대출(CMBS) 상품들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상업담보대출이라면 보통 상가를 떠오르기 쉬운데 2020년에 구입한 대부분의 상업담보대출은 상업성 다가구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더 나아가 2020년에 연준은 처음으로 회사채도 구입하기도 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연준이 국채를 사고 팔아서 시장 통화량을 조정하고 만기수익률을 낮추거나 올렸던 경우는 수없이 있어 왔던 일이다. 2009년 이후에는 국채뿐만 아니라 에이전시 MBS도 구매해 주택시장까지 포섭하고, 급기야 2020년에는 상업성 다가구주택 및 회사채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현재 연준은 시장에 돌고 있는 MBS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터라 MBS의 구매·판매 및 재투자에 따라 시장의 대출 이자율이나 채권 만기수익률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통화정책은 말할 것도 없이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통화정책이 미국의 주 시장정책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생성된 실물경제의 자립성 대한 불신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정부가 회사채까지 구입할 만큼 실물경제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 것은 2020년이 처음이다. 미국 의회가 연준을 설립했을 때부터 그 존재 이유는 시장을 보좌하는 것이었지 주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미국 정부가 통화정책과 같은 특효약을 너무 많이 써 통화정책 공문이 발표되기도 전에 시장이 반응하고 움직인다.
정리=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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